미국, 원자로 설계 SW 한국 유출 시도 적발

2025-03-18 13:00:01 게재

‘민감국가’ 지정 배경 가능성

한국 정부, 인지 못해 논란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배경 중 하나로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도급업체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건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 사실을 전혀 인지조차 하지 못해 외교 대응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의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의 도급업체 직원이 수출통제 대상 정보를 소지한 채 한국행 항공기에 탑승하려다 적발돼 해고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2023년 10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 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기록됐다. 반출을 시도한 정보는 INL이 소유한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로 특허 기술이 포함된 것으로 감사관실은 설명했다. 해당 직원은 정부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이 정보가 수출통제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외국 정부와도 접촉한 기록이 확인됐다.

다만 외국 정부와의 구체적 소통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국이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한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 17일 저녁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미국 측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은 외교정책상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보안 관련 문제 때문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미측은 한국 연구자들이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서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안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적발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외교부는 해당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미국 측으로부터 받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지적한 사건은 한국과 관련된 보안 문제 중 하나일 뿐이며,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사례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이 발표한 민감국가 명단이 4월 15일 발효되기 전에 한국이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에너지 현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도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 측의 보안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이번 사안이 논란이 되는 것은 한국 정부가 민감국가 지정 사실을 두 달 동안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한국의 지정 사실을 에너지부 외에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정황이 있으며, 한국 정부가 이를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국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과거에도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됐다가 미측과 협의를 통해 제외된 선례가 있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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