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마약 범죄에 연루된 캐나다인 4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면서 양국간 관계가 더 악화하고 있다. 맞불 관세로 깊어진 두 나라의 갈등이 인권 문제를 고리로 한 외교 갈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 BBC방송 등에 따르면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올해 들어 중국에서 마약 관련 혐의로 캐나다인 4명에 대한 사형 집행이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강력 비난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과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사면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는 사실을 전하는 한편, 사형 당한 4명은 모두 이중국적자로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이에 대해 “마약 범죄에 대한 처벌은 각국의 공동 책임이고, 중국은 법치 국가로서 외국인 피고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주캐나다 중국대사관 대변인도 “중국은 마약 관련 범죄를 엄하게 처벌해왔다”면서 “사건에 연루된 캐나다인들이 저지른 범죄 사실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중국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으며 마약 범죄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외국인에게 사형이 집행되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고 BBC는 전했다. 특히 이번 갈등은 중국과 캐나다 관계가 서로 고율 관세로 악화한 가운데 빚어진 것이라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이날부터 캐나다에 대한 추가 관세도 발효했다. 캐나다산 카놀라유에 100%, 해산물·돼지고기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캐나다가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이달 8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으로 관측된다.

양국이 2018년 화웨이 CFO 멍완저우의 체포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을 당시에도 중국의 캐나다인 사법 처리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캐나다 당국은 미국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부회장을 밴쿠버에서 체포했고, 중국은 자국에서 캐나다인 두 명을 체포해 수년 간 억류했다. 2021년 수감자 맞교환 방식으로 멍완저우가 풀려났고, 서방국들은 중국이 ‘인질 외교’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