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액상전자담배 규제 언제까지 방치하나

2025-03-27 13:00:02 게재

액상형 전자담배(액상전자담배)가 논란이다. 이 제품은 니코틴 용액과 희석제, 첨가물 등이 섞인 액상, 이른바 합성니코틴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원료 범위를 ‘연초의 잎’으로 한정한 현행 담배사업법에선 담배로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쇼핑몰이나 무인담배자판기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문제는 합성니코틴이 천연니코틴과 같은 중독성이 있어 담배 대용품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금이 없어 가격이 저렴하고 냄새도 나지 않아 들킬 염려가 적어 청소년들 사이에도 인기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중1~고3)의 액상전자담배 사용률은 2018년 2.7%에서 2023년 3.1%로 늘었다. 또 액상형전자담배로 첫 흡연을 시작한 학생의 60% 이상이 현재 일반담배를 피는 것으로 확인됐다. 액상전자담배가 청소년이 흡연에 입문하는 통로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런 사정으로 국회에는 액상전자담배를 ‘법률상 담배’에 포함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10여건이나 발의돼 있다.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도 개정안에 찬성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지난해 11월부터 국회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소상공인인 합성니코틴 담배 판매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청소년시민단체들은 “판매업자 생존권이 국민 건강보다 먼저냐”고 반발한다. 실제 액상전자담배의 유해성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는 합성니코틴 원액에 발암·생식독성 등 유해물질이 상당량 존재하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용역보고서를 내놨다.

그런가 하면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일회용 액상전자담배 15종의 니코틴 함량 등 성분과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무니코틴 표시 제품과 니코틴 미표시 제품 등에서 니코틴이 다량 검출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는 한국과 일본 콜롬비아를 제외한 35개국이 액상전자담배를 담배에 준해 규제한다.

청소년시민단체들은 국회가 의견수렴을 이유로 개정안 처리를 장기간 공전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합성니코틴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일부 국회의원의 반대 등으로 장기간 계류하다가 자동폐기된 바 있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사이에 지금도 10대 청소년들 폐에는 화학물질이 쌓이고 있다. 국회는 언제까지 미래세대를 유해물질 앞에 방치할 생각인가. 국회가 조금이라도 내일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합성니코틴 규제뿐 아니라 규제 이후를 노리고 업자들이 준비하는 또 다른 화학물질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도 지금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장세풍 기획특집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