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산불’ 오늘이 중대고비
강풍·연무 때문에 헬기 진화 고전
영덕 65%, 영양 76% 진화율 낮아
사망자 28명, 이재민 8078명 발생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경북 산불 진화는 오늘이 중대 고비다. 전국에 동원된 헬기 120대 가운데 78대가 경북 북부에 투입됐지만 강한 바람과 짙은 연무 때문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소량이지만 27일 내린 비로 기세가 약간 꺾인 지금 불길을 잡지 못하면 산불이 주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산림당국은 이날 오전 일출과 동시에 헬기 78대를 동원해 경북 의성·안동·영양·청송·영덕 지역 산불진화에 나섰다. 27일 내린 비로 확산세가 주춤한 지금이 산불을 잡을 적기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여전히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불어닥쳐 진화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날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초속 15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동해안을 중심으로 비나 눈이 내리겠지만 산불이 발생한 영남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연무도 문제다. 일교차와 산불 영향으로 발생한 짙은 연무가 시야를 가리면서 헬기 운행을 가로막고 있다. 의성에 41대, 영덕에 14대, 안동에 13대, 영양과 청송에 각각 5대의 헬기를 투입했지만 기상상황 때문에 모두 기동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행히 진화율은 전날보다는 높아졌다. 28일 오전 5시 기준 의성군은 진화율이 95%를 보였다. 산불이 추가로 확산하기 전에 남은 화선 14㎞만 잡으면 된다. 안동과 청송도 진화율이 각각 85%와 89%로 올라갔다. 하지만 여전히 영덕은 65%의 낮은 진화율을 보이는 데다 남은 화선도 38㎞에 이른다. 영양도 진화율이 76%에 머물러 있고, 화선도 44㎞나 남아있다.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경북 북부 산불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낳고 있다. 경북 북부에서 28일 현재 파악된 피해만 사망 24명, 이재민 3만500여명이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2명 늘었다.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됐던 60대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영덕에서만 사망자가 9명으로 늘었다. 영양에서는 6명이 숨졌고, 안동·청송에서도 각각 4명씩 사망자가 발생했다. 의성에서는 헬기 조종사 1명이 숨졌다. 산청 산불 사망자 4명을 더하면 사망자는 모두 28명이다. 부상자도 중상 9명, 경상 28명 등 37명으로 늘어났다.
시설 피해도 늘었다. 28일 오전까지 집계된 피해를 보면 주택 2250채가 불타 주민들이 갈 곳을 잃었다. 이 가운데 2219채가 경북에서 발생했다. 이재민은 4만명 넘게 발생했다. 이 가운데 2407세대 8078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임시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다.
국가유산 피해도 상당하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7일 기준 23건의 국가유산 피해가 확인됐다. 이 중 국가지정문화재는 11건, 시도지정문화재는 12건이다. 국가지정문화재 중에서는 보물 2건, 명승 3건, 천연기념물 3건, 국가민속문화유산 3건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경북 안동 의성 청송을 중심으로 국가유산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경북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로, 두곳 모두 보물급 문화재였지만 전소됐다. 경북 청송의 사남고택(국가민속문화유산)과 만세루(경북 유형문화유산)도 완전히 소실됐다.
한편 27일 안동·청송·영양·영덕이 포함되면서 산불로 인한 특별재난지역이 모두 8곳으로 늘었다. 경남 산청은 22일, 경북 의성·경남 하동·울산 울주는 24일 각각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됐다.
김신일·김아영·송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