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애경…화장품 골프장 백화점 다 판다
지주사 AK홀딩스 지난해 부채 2조원 넘어
“사업 재조정통해 항공·화학분야에 집중”
애경산업이 대표이사 간담회를 열고 내부 임직원에게 매각을 공식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경그룹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모태사업 매각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 외에도 그룹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30분경까지 내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간담회에서 애경산업 매각도 언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애경그룹이 전격 애경산업 매각을 검토하게 된 배경에는 지주사인 AK홀딩스 부채비율이 매년 증가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AK홀딩스는 지난해말 기준 순차입부채(연결 기준)가 2조원을 넘어섰다. 부채비율은 328.7%에 달한다. 주식 담보로 대출 일으켜서 자회사 지원을 이어가던 중 한계에 봉착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AK홀딩스는 그동안 제주항공과 AK플라자에 지원을 집중했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에 2020~2022년 3년간 2669억원을 현금출자했다. 2023년에는 202억원 규모 AK아이에스 지분 50% 전량을 현물출자했다.
AK플라자에는 2023년 791억원을 현금출자했다. 자회사 중 비교적 우량한 애경케미칼과 애경산업 자본을 제주항공과 AK플라자로 이동시키는 그룹 내 자본 재분배 작업을 해 왔다.
이를 위해 AK홀딩스는 자회사 주식을 담보로 차입금을 조달했다. 제주항공, 애경산업, 애경케미칼 주식을 담보로 조달한 차입금은 약 3000억원에 이른다. 총 차입금의 70% 이상을 자회사 주식으로 만들었다.
AK홀딩스가 자금 조달을 위해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은 상황에서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 계열사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등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졌다.
애경산업은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설립된 애경그룹의 모태사업이다. 지난해 매출 6791억원, 영업이익 474억원을 거뒀다. 애경산업 시가총액 기준 단순 지분가치는 약 2400억원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대주주 지분의 매각가는 6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이외에도 골프장과 유통사업군도 매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중부CC 매각을 위해 복수의 원매자와 협상하고 있다. 삼정KPMG가 애경산업과 함께 중부CC 매각도 주관하면서 애경그룹의 구조조정 전반을 돕고 있다.
중부CC는 경기 광주에 있는 18홀 골프장으로 접근성이 좋은 명문 골프장 중 하나로 꼽힌다. 중부CC는 애경케미칼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중부CC가 매각되면 애경케미칼에 직접적으로 현금이 유입돼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코로나19 때 치솟은 골프 인기가 시들어가고 있어 최근 골프장 매각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복병이다.
애경그룹 유통회사인 AK플라자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경기 성남 분당과 수원 등에 백화점 네 곳과 쇼핑몰 다섯 곳을 운영하는 AK플라자는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침체기에 빠졌다.
AK플라자는 지난해 매출 2952억원을 거뒀지만 영업적자 180억원, 순손실 573억원을 냈다.
업계에선 AK플라자의 사업가치가 미미해 부동산 등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몸값이 매겨질 것으로 본다.
또 홈플러스 사태와 맞물려 백화점과 대형마트 점포로 사용하는 부동산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긴 어려운 상황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그룹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하는 일환”이라며 “전체적으로 사업 조정이 완료되면 애경그룹은 항공과 화학 분야에 주력하는 그룹으로 탈바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