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정확한 파악조차 어려운 ‘5인 미만 위장 사업장’
최근 열린 ‘5인 미만 위장 사업장 금지와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위한 국정감사 후속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등록돼 있지만 프리랜서 등 사업소득자를 포함할 경우 실제로는 5인 이상인 이른바 ‘5인 미만 위장 의심 사업장’이 2015년 대비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업장 쪼개기’를 통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업장이 얼마나 많은지는 정확히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2026년부터 보험료율이 단계적으로 인상될 예정이라 향후 이 같은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논의와 더불어 명확한 처벌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 10월부터는 국세청 소득정보를 근로감독과 사회보험 가입 관리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5인 미만 위장 사업장’에 해당하는 사업주는 지금이라도 전문가와 상담해 적법한 사업장 운영체계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노동위원회 ‘문서제출명령제도’ 도입 시급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부당해고 구제제도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상시 10명 이상이 함께 일하더라도 사업주가 가족이나 타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나눠놓고 근로자들을 프리랜서 계약으로 사업소득 처리해 형식적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인 경우라면 객관적인 자료 즉 고용보험 가입현황이나 근로자명부 임금대장 등의 자료를 토대로 근로자가 직접 5인 이상 사업장임을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해고예고 적용 회피를 위해 수습기간 중 해고한 경우와 같이 재직기간이 짧거나 다른 직원들과 업무가 달라 교류가 없었던 경우, 근무장소가 다른 경우 등은 동료 근로자들의 진술을 받기도 어렵다. 이런 경우 노동위가 사용자에게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사업장에 직접 방문해 현황조사 등의 직권조사를 통해 확보된 자료나 사실관계 등이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위가 이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경우 현행법상으로는 근로자가 직접 요구할 근거가 없다. 이런 경우 근로자가 직접 노동위에 사용자로 하여금 증거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문서제출명령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지난해 7월 ‘가짜 3.3% 계약과 4대 보험 미가입 실태분석 및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국세청의 역할론이 대두된 바 있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및 가짜 3.3% 계약 근절 대책 마련에 있어 국세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었다. 미국의 경우 근로자인지, 독립계약자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노동부와 국세청에서 동시에 작동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주요 소관 부처인 국세청이 사실과 다른 허위 소득신고는 탈세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직접 바로잡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리 주체, 고용부와 복지부가 해야
하지만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달리 사회보험료를 국세청에서 직접 부과·징수하고 허위 신고 등에 대한 처벌 권한도 국세청이 가지고 있다. 우리와는 근본적인 체계가 다르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과 3.3% 사업소득을 선택하는 주요 원인을 살펴보더라도 사업주 근로자 모두 세금부담 문제보다는 노동법 적용과 4대 보험 보험료 부담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추진과 함께 실시간 소득파악이 가능해졌고 과세 당국의 소득정보에 기초해 사회보험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확립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지만 근로자성 여부와 사회보장 적용 여부 판단까지 과세 당국에 의존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대신 유럽연합(EU)과 같은 방식으로 통합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마련하고 현재 국세청에 제출하는 소득자료와 더불어 근로조건과 사회보장 정보 등을 함께 입력하게 한다면 어떨까? 국세청에서 정보를 제공받는 방식이 아닌, 소관기관에서 직접 시스템에 접근하고 관리·운영한다면 4대 보험 가입 및 노동관계법령 준수 여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전국민 대상 고용안정과 사회보장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과세 당국에서는 목적에 부합되도록 해당 소득자료만 제공받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된다.
비정형 근로형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국세청에서 운영하는 소득자료 제출방식으로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과 3.3% 사업소득을 근절할 수 없을 것이다. 전문가의 조력이나 인공지능(AI) 등 여건 변화를 기반으로 더 늦기 전에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적 사회보장체계로의 대전환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선진노무법인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