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국’에 대한 원칙과 정책 사이

2026-06-19 13:00:02 게재

미중 충돌지점에 대만과 한국 안보이슈 있어 … ‘모호성 유지’가 한국외교 안전판

5월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대만문제는 중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가 총체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 상태로 들어가 중미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한다”는 말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틀을 무너뜨리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잘 처리한다”는 말은 미국이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하고, 대만과의 공식관계를 격상하지 말며, 무기판매를 신중히 하고, 대만을 중국 견제 카드로 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을 열거하자면 이렇다. 첫째,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것이다. 대만의 유엔 가입이라든가 독립국가 승인은 있을 수 없다. 둘째,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빈껍데기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급 인사가 대만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셋째,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군사협력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다. 트럼프행정부는 2025년 12월 이미 110억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 패키지를 승인했고, 140억달러 규모의 추가 거래가 승인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째, 대만을 중국 봉쇄와 견제의 전초기지로 노골화하는 것이다. 중국이 가장 의심하는 것은 미국이 대만을 제1도련선의 핵심 군사거점, 중국 해군의 태평양 진출 차단선, 반도체 공급망 통제 카드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다섯째, 대만 내부의 독립 성향 정치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다. 중국은 대만 독립 세력이 미국의 군사·외교 지원을 믿고 독립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상황을 가장 위험하게 본다.

‘하나의 중국’에 대한 미중 접근법 달라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principle)’과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policy)’은 엄연히 다르다.

중국의 원칙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주권주장이다. 세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에는 하나의 중국만 있다. 대만은 중국의 불가분의 일부다.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다. 중국의 2022년 대만백서는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고, “대만은 국가였던 적이 없으며, 중국의 일부라는 지위는 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중국”은 대만의 주권과 국가성을 부정하고 대만 통일을 중국의 내정으로 규정하는 원칙이다.

미국의 정책은 중국의 원칙과 다르다. 미국의 정책은 1979년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하면서도 대만과 비공식 관계를 유지하는 틀이다. 1979년 수교 공동성명을 보면 미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 측 입장, 즉 하나의 중국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입장을 인지(acknowledge)한다’고 표현했다. 인정(recognize)이 아니다. “대만 주권이 중국에 있다”는 중국의 주장을 완전히 승인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중국이 대만을 규율하는 법체계는 다층적이다. 첫째, 가장 상위 문건은 헌법전문이다. 대만은 중국의 신성한 영토의 일부이며, 조국의 위대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대만 동포를 포함한 모든 중국 인민의 신성한 의무라고 규정되어 있다. 중국 헌법은 또 국민에게 국가 통일과 조국의 이익을 수호할 의무를 부과한다. 즉 중국 헌법체계에서 대만은 외교 문제가 아니라 국가통일과 영토완성의 문제다.

둘째, 반분열국가법이다. 세계에는 하나의 중국만 있다고 규정하면서 ‘대만독립’ 세력이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시키는 사태를 만들면 중국은 ‘비평화적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무력사용 가능성을 명시한 것이다.

중국의 대만백서 역시 중요한 문건이다. 1993년 백서 ‘대만 문제와 중국의 통일’에서는 중국의 기본입장을 ‘평화통일, 일국양제’로 정리했다. 2000년 백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문제’는 대만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정리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 평화통일의 전제며 국제사회도 이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2022년 백서 ‘대만 문제와 신시대 중국의 통일’은 시진핑 시대의 대만정책을 반영한 문건이다. 평화통일과 일국양제가 대만 문제 해결의 기본 방침이라고 하면서도, 무력사용의 선택권을 보유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의 대만정책, 즉 ‘하나의 중국’ 정책의 기본 골격은 다섯개 문서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1972년 상하이 공동성명이다.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 방중 이후 발표된 중미 관계 정상화의 출발 문서다. 미국은 “대만해협 양안의 모든 중국인에게 하나의 중국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한다는 점을 인지한다”고 했다. 둘째, 앞서 언급한 1979년 수교 공동성명이다.

셋째, 1979년의 대만관계법이다.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공식 승인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외교·경제·안보 관계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든 국내법이다. 미국과 대만 사이의 비공식 관계를 수행하기 위한 기구로 재대만미국협회(AIT, American Institute in Taiwan)를 승인한다.

넷째, 1982년의 8.17 공동성명이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장기적 무기판매 정책을 추구하지 않으며,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의도가 있다고 밝힌 문서다. 다섯째, 8.17 공동성명과 동시에 레이건행정부가 대만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만에 전달한 약속이다. ‘6대 보장’이라는 문건은 미국이 대만에 무기 판매를 계속할 여지를 남기며, 그 문제를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

중국 원칙, 미국 정책에 빨려들지 않기

한국은 1992년 한중수교 공동성명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했다. ‘하나의 중국이 있으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 측 입장을 존중(respect)한다고 했다. ‘승인한다’고 표현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 공식 외교 언어는 두 문장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하나의 중국 입장을 존중한다”, 다른 하나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이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지만 무력이나 강압에 의한 현상 변경도 반대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대중국 외교의 핵심은 ‘하나의 중국’을 말하되, 중국식 ‘하나의 중국 원칙’ 안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한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 행사를 승인한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의 대중국 군사전략에 자동 편입된다는 뜻이어서도 안된다.

한국이 지켜야 할 곳은 바로 이 좁고도 섬세한 공간이다. 이 모호성은 한국 외교의 안전장치다. 중국은 한국을 자기 ‘원칙’ 안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미국은 한국을 자기 ‘정책’의 군사적 실행선 안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 어느 한쪽의 문법을 그대로 받아쓰는 순간 한국은 대만 문제의 당사자가 된다. 한국 외교가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언어의 함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4월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긴장은 결국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 때문에 발생한 것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그런 변화에 절대 반대한다.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세계적 문제다”라고 발언한다.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었다. 중국이 국제질서를 위반한 것처럼 말한 대목과 대만 문제를 한반도 문제와 같은 선상에 놓은 것에 대해 중국은 극렬하게 반발했다.

대만해협, 절대 휘말려서는 안될 물결

한국이 대만문제를 피하고 싶어도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이유는 대만해협 유사시 미국의 군사자산, 주한미군, 일본 기지, 한미일 안보협력이 모두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통해 유사시 대만해협으로 주한미군을 출동시킬 생각이다. 그리고 나아가 한국군도 동원하겠다는 저의를 숨기지도 않는다.

하나의 중국에 대한 중국의 원칙과 미국의 정책이 충돌하는 지점에 대만이 있고, 바로 그곳에 대한민국의 예민한 안보이슈가 존재한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해협이다. 절대 휘말려서는 안되는 물결이다.

이경렬

전직 외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