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유·휘발유값 5주 연속 하락

2026-06-19 13:00:02 게재

중동전쟁 이전보단 33~38% 비싸 … 중동정세 여전히 변수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본격화된 2월말 이후 미국 연료시장이 큰 폭의 가격상승과 조정국면을 동시에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급등과 중동발 공급불안이 경유와 휘발유가격을 끌어올렸지만 최근 들어 5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갤런당 4달러 아래로 3월말 후 처음 = 18일 (현지시간)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9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4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3월 31일 기록한 4.0달러 이후 79일 만이다. 자가용 의존도가 높은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 ‘갤런당 4달러’는 소비자들의 고물가에 대한 심리적 기준선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가격하락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8월 인도분 선물 종가는 이날 배럴당 79달러선을 기록했으며,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선물 가격도 배럴당 76달러선으로 내려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월 27일 중동전쟁이 시작된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의 주간단위 가격을 비교할 경우 미국 전국평균 경유 가격은 2월 23일 갤런당 3.81달러에서 6월 15일 5.06달러로 32.8%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도 같은기간 2.94달러에서 4.05달러로 38.0% 뛰었다.

전쟁 발발 직후 시장은 중동 원유 공급차질 가능성을 반영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원유보다 정제제품 수급에 민감한 경유 가격이 먼저 급등했다.

전국 평균 경유가격은 4월 초 갤런당 5.64달러까지 치솟으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휘발유는 5월 중순 4.50달러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최근 흐름은 다소 달라졌다.

경유 가격은 최근 6주 동안 5.64달러에서 5.06달러로 하락했고, 휘발유 역시 4.50달러에서 4.05달러로 내려갔다. 두 제품 모두 5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며 전쟁 이후 나타났던 가격 고공행진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다.

종전 합의 외에 미국의 원유생산 확대와 전략비축유 활용 가능성, 글로벌 수요 둔화 예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샌프란시스코 5.65달러 vs 휴스턴 3.56달러 = 다만 지역별 가격 격차는 여전히 뚜렷했다.

경유 가격이 가장 비싼 지역은 캘리포니아였다. 6월 15일 기준 캘리포니아 평균 경유 가격은 갤런당 6.71달러로 전국 평균보다 1.65달러 이상 비쌌다. 서해안 일대 평균도 6.07달러에 달해 동해안 일대 5.05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휘발유 역시 서부지역 강세가 두드러졌다. 6월 15일 기준 동해안 평균 휘발유 가격은 3.91달러였지만 서해안은 5.23달러로 1.3달러 이상 높았다.

도시별로는 샌프란시스코가 5.65달러로 가장 비쌌고 시애틀(5.62달러) 로스앤젤레스(5.47달러)가 뒤를 이었다. 이에 비해 휴스턴(3.56달러) 마이애미(3.81달러) 뉴욕(4.08달러) 등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단순한 원유 가격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와 서부지역은 미국 내에서도 엄격한 환경규제와 연료 품질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정제시설 부족과 물류비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다.

◆미 원유재고 급감…1985년 이후 최저 = 시장에서는 향후 중동 정세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를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최종합의와 이행까지는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다.

양국이 최종합의에 실패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재차 고조될 경우 국제유가와 정제제품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되고 미국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최근의 하락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전쟁 직후 나타났던 공포 심리는 상당부분 진정됐지만 연료가격은 여전히 전쟁이전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유와 휘발유 모두 5주 연속 하락세에도 2월말 대비 3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미국 소비자와 물류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EIA가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주간 원유 재고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원유(전략비축유 포함) 재고는 12일 기준 7억5847만배럴로, 1주 전보다 1720만배럴 감소했다. 이는 1985년 3월 이후 41년 만에 가장 낮은 재고 수준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공급 혼란으로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 10주 연속 감소 흐름을 이어왔다. 2월말 전쟁 개시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비축유를 대규모로 방출한 바 있다.

5월 들어 미국의 원유 수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미국의 급격한 재고 감소에 기여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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