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마를 이기는 연대, 고향사랑기부제

2025-04-08 13:00:03 게재

지난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영양 안동 영덕으로 번지며 그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여준 대응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경북 영덕군은 전국 최초로 고향사랑기부제 민간플랫폼 ‘위기브’를 통해 산불 피해 긴급 모금을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에도 11억원을 모금해 경북 지역 고향사랑기부제 1위를 기록한 바 있는 영덕군은 다시 한번 선도적인 역할을 자처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48%에 달하는 영덕군은 지난해 모금한 고향사랑기부금을 활용해 방충망 수리, 전등 교체 등 생활 밀착형 복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었다.

영덕군, 재난피해 긴급모금 새 길 개척

기존 지자체 예산으로는 시행하기 힘들었던 지원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영덕군이 이번에는 재난 피해 긴급 모금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낸 것이다. 영덕군은 긴급 모금에 나서면서도 답례품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대표 답례품이었던 반건조 오징어가 이번 산불로 공장이 전소되며 생산이 중단된 탓에 제때 공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이 오히려 기부자들의 선한 마음을 움직였다. 답례품과 무관하게 선한 기부가 이어졌다.

4월 6일 기준, 개인 기부자들은 약 6억원을 위기브를 통해 영덕군에 기부했다. 이 모금은 의성군 영양군 등 인근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쳐 긴급 구호와 피해 지원 목적의 기부 캠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행 3년 차에 접어든 고향사랑기부제가 이제는 지역의 ‘일상’뿐 아니라 ‘난제’까지 해결하는 제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재난 상황에 대한 긴급 구호와 피해 지원은 고향납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 정착된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재해 발생 시 인근 지자체들이 함께 행정 업무를 분담하며 지정 기부를 신속히 진행한다. 모금된 기부금은 즉각적인 피해 복구와 주민 지원에 투입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당시 SNS인 X를 통한 공유로 단 이틀 만에 13억원이 모금된 사례가 있다. 무안군은 감사 편지와 특산품 답례를 통해 기부자와의 관계를 이어갔다.

고향사랑기부제의 가능성 작지 않아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순한 기부제도가 아니다. 근로소득자라면 누구나 특히 결정세액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쳐선 안 될 제도다. 10만원 기부 시 전액 세액공제는 물론 3만원 상당의 답례품까지 받을 수 있다. 티머니GO 페이코 등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기부자의 편의를 극대화한다.

이 제도의 출발은 ‘고향에 기부하자’가 아닌 ‘지방에 관심을 갖자’는 메시지였다. 내가 태어난 고향이 아니어도 애정을 갖고 싶은 지방이라면 그곳이 곧 기부 대상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관심은 관계로 이어지고, 관계는 지역을 책임지는 ‘생활인구’로 확장된다.

영덕군은 단순히 고향사랑기부제를 많이 해달라는 호소만 하지는 않았다. 위기브와 함께 현장 소식을 영상과 에세이로 발 빠르게 알리고, 구호의 사각지대에서 고향사랑기부금이 얼마나 훌륭하게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기부자와 공감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갔다.

이들의 일상 회복은 뉴스레터와 알림톡 등을 통해 기부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렇게 영덕군은 제2의 영덕군민을 만들어갈 심산이다. 화마를 이기는 연대, 고향사랑기부제가 보여준 가능성은 전혀 작지 않다.

고두환 사회적기업(주) 공감만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