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트럼프 관세실험’ 미국경제 살릴까, 경기침체 부를까

2025-04-08 13:00:02 게재

대통령 취임 10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 선호 성향은 한계가 없어 보인다. 트럼프는 4월 2일을 미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들에 대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해방의 날’로 선언했다. 트럼프는 세계화 시대의 종말을 앞당길 수 있다고 장담했다.

트럼프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 기업들이 제조업과 공급망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화로 인해 빈곤해진 지역들을 되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관세가 가격상승을 야기한다는 경제적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세계 무역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는 그의 가장 강력한 조치는 결국 가계 예산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시기에 물가를 인상시킬 수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값싼 상품에 대한 접근은 아메리칸 드림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인플레이션에 지친 소비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은 모든 시민이 번영, 상향 이동성 및 경제적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다자간 무역협정의 입안자들은 이 점을 간과해 왔다. 미국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국제경제 관계는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경제 보좌관들은 무역전쟁이 수십년 동안의 경제적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하며, 조금 더 지불하는 것은 국가적 자존심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지지한다.

지난해 11월 트럼프의 승리가 부분적으로는 바이든행정부 시절 수년간 치솟았던 물가상승 이후 미국인들이 느꼈던 깊은 좌절감 때문이었다. 1970년대에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미국인들에게 긴축을 받아들일 것을 호소했는데 경제적 고통은 인기가 없었다. 카터 대통령은 단 한번의 임기만 수행했다. 카터행정부의 ‘임금물가위원회’를 이끌었던 보즈워스는 “트럼프행정부가 바이든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경험 때문에 선거에서 이겼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경제는 환자, 관세는 치료제

보호무역주의가 효과가 있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도박이다. 트럼프는 세계 각국의 다른 나라들이 고통을 감수하기보다는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와 다른 장벽들을 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주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이 모든 것이 실현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그 목표들이 서로 긴장상태에 있다는 증거를 무시했다.

트럼프에게 미국경제는 아픈 환자이고 관세는 치료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경제학자들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를 경고하지만 그 여파는 짧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더 나은 경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투자자와 기업들은 미국경제가 그러한 접근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글로벌 시장은 폭락했고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했으며 소비자들은 자동차 식품 의류 등의 가격 인상에 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자인 경제를 구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의료 절차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는 미국이 관세를 통해 무역 관계를 재설정하고, 세수를 늘리며, 국내 생산을 촉진할 시간을 갖게 되면 붐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세는 그 사이에 물가를 치솟게 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이미 수년간 높은 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인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소비자 지출, 기업 투자 및 경제성장의 둔화를 예상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적으로 이 일을 할 것인지, 그리고 세계경제를 재구성하기 위해 정치적 경제적으로 대가를 치를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고 심화될 경우 세계적 경제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총력을 다해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국가들이 보복을 가한다면 경기침체가 내년까지 연장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 시나리오에서 성장률이 약 2% 하락할 수 있고 실업률이 7.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경제학자들도 이미 냉각된 노동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월가 경제학자들은 실업률 전망치를 급격히 상향 조정하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올해 실업률이 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 확산

실업이 늘면 소비가 감소한다. 기업이익은 더욱 줄어들어 더 많은 긴축을 강요할 수 있다. 트럼프 무역전쟁은 이미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1경달러 이상 날려버렸다. 소비자 신뢰지수가 하락하면서 경기침체 두려움을 악화시켰다. 기업들이 생산을 미국 내로 되돌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한 방향 전환은 수년이 걸린다. 아마 트럼프 집권 기간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당초 예상보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둔화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4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컨퍼런스 연설에서 "관세는 적어도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그 영향이 더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한 결과를 피하는지 여부는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잘 고정시키고, 그 영향의 규모를 파악하고, 그 기대 인플레이션이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 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의 일회성 인상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연준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의 반발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은 무역장벽에 대한 공화당 내부의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베센트 재무장관이 미국인들의 열망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펜스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관세는 중국과 같은 국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수단으로는 좋다. 하지만 자유무역은 상품가격을 낮추고 모든 미국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를 포함한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가 지난주 발표한 대대적인 글로벌 관세에 대한 불안감을 표명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미국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미래는 미국에 "끔찍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루즈 의원은 또 무역전쟁이 인플레이션을 밀어올리고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물가를 부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사랑한다. 나는 상원에서 그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라며 "그러나 한가지 이해해야 할 것은 관세는 세금이며, 주로 미국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루즈 의원의 발언은 미 상원이 캐나다에 대한 25%의 관세를 중단하기로 표결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왔다. 그러나 이 법안은 하원에서 폐기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3일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인 척 그래슬리는 민주당 의원들과 손잡고 관세 시행에 대한 의회의 권한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에 대해 의회에 48시간 전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의회는 60일 이내에 해당 관세를 승인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폐기된다.

트럼프가 전세계 경제를 놓고 무모한 실험을 하면서 당분간 글로벌 각국이 격동의 시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원

CA 변호사·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