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래 식물병해충, 방제보다 강력한 무기 ‘예방’
김동순 제주대 교수(한국응용곤충학회장)
10여년전 사이언스(Science)지에 ‘대량 곤충 생물흐름의 효과’에 관한 논문이 출판된 적이 있다. 매년 유럽대륙에서 영국으로 상공을 통하여 약 3조5000억마리, 즉 연간 3200톤의 곤충 생물량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를 연구한 저자들은 ‘공중생물이동’이 생물종다양성을 높이고 먹이사슬을 이어주는 중요한 자원으로 기능한다고 평가했다.
곤충대이동, 생태재난 서막
이 곤충의 공중 대이동은 단순히 흥미로운 자연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이 실어오는 해충 병원균 새로운 생태계 교란 요소는 국경을 넘는 생태 재난의 서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진 곤충들의 대량 발생을 직접 경험했을 것이다. 아파트에 까맣게 몰려든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가로등 아래 춤추듯 모여드는 ‘팅커벨’(동양하루살이)까지. 일시적으로 출현하는 곤충 문제는 보통 지자체가 긴급 방제나 환경 정비를 통해 비교적 신속히 해결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와는 차원이 다른 외래해충이다. 꽃매미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와 같은 외래해충은 근래 몇년 사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그 피해를 실제 경험하고 있는 사례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농작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며 국가의 먹거리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한 번 정착해버리면 방제는 쉽지 않고 해마다 재발생을 반복하며 확산된다. 그 결과 피해와 방제 예산으로 수백억원이 소실되고 있지만 완전한 근절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사전예방이 답이다.
남방국경은 뚜렷한 전선이 없다. 실제로 열대거세미나방 같은 외래해충은 아열대 지역에서 공중으로 날아와 큰 피해를 주고 있으며 토마토뿔나방도 비슷한 사례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례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며 더 무서운 해충들이 기다리고 있다. 황룡병을 매개하는 귤나무이는 미국에 침입해 플로리다 감귤류 재배면적이 68% 감소했고, 생산량은 93.8%까지 줄었다.(세계감귤학회 2024)
오리엔탈과실파리는 그 피해 정도를 가름하기도 어려운 농작물 고위험 해충으로 전 세계가 경계하고 있다. 이 해충들은 이미 우리나라 코앞에 있는 일본 본토 남부지역 도서에 와 있다.
기후변화는 이러한 곤충 이동 경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확장시키며 가속시킨다. 근래에 곤충의 공중이동 현상들이 새롭게 확인되고 있으며 중동에서 유럽으로 매일 3900만 마리의 곤충이 대량 이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농작물의 주요 해충이 포함되어 있는 파리목 나비목 및 노린재목이 97%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와 가까이 있는 산둥반도에서 황해를 건너 북쪽으로 이동하는 곤충 119종이 보고되었다. 왕담배나방은 미국 침입시 피해액이 78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평가된 해충이다.
우리나라의 남방국경,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은 해충유입의 위험에 더욱 노출되어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되는 곤충 중 아열대성 곤충의 비율이 2020년 4%(17/425종)에서 2024년 10.2%(38/370종)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방국경 해충 유입 노출
북방국경에는 철조망과 촘촘한 경계초소가 있다. 남방국경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대부분 검역선진국은 해충유입에 맞서 격자형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하고 조기 검출과 박멸, 그리고 전문적인 역학조사에 전념하고 있다. 이제는 곤충의 ‘이동 생물량’이 국가안보와 식량안보의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는 시대이다. 우리는 더 늦기 전 선제적 예찰·역학조사 시스템을 강화하고, 자동 스마트트랩, AI와 빅데이터 등 기술을 융합하여 실시간 해충유입을 검출할 수 있는 남방국경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의 상공 위로 매년 ‘3200톤’의 생물위험이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비무한, 아직 오지 않은 무한한 위험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