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극한의 산불, 첨단기술로 맞선다
지난 3월 의성에서 영덕까지 5개 시군에 걸쳐 발생한 경북 산불은 빠른 확산 속도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기온이 1.5도 상승할 경우 산불 발생 확률이 8.6% 증가하고, 2도 상승할 경우에는 13.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 숲이 울창해지면서 산불의 연료가 되는 낙엽이 많이 쌓이고 있어 이번과 같은 대형산불이 앞으로도 더 발생할 위험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 연중 발생하고 초대형화되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예측과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산불 위험 예보는 통계 모델 기반으로 산불 위험 인자를 분석해 산출된다. 우리나라의 산불은 대부분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산불 위험 인자뿐만 아니라 사람의 행동 특성, 인문사회적 요인 등을 분석해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 발생의 결정적인 원인인 인간의 활동까지 분석하고 예측함으로써 산불 위험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도전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산불 발생 전 위험 예보뿐만 아니라 발생 후에도 과학적 예측이 필요하다. 산불이 발생하면 먼저 헬기 드론 인공위성 영상을 이용해 산불의 진행 상황을 파악한다.
산불예보 정확도 높이기 위한 도전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을 활용하여 발화 지점의 위치 지형 산림 상태 기상 조건을 분석해 산불 확산 경로를 예측하고 분석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진화 자원의 배치, 주민의 안전, 문화재와 시설 보호에 활용한다. 산불 진화 후에는 위성영상을 활용해 피해 면적을 분석하고 복구 및 복원 계획을 수립한다.
이번 경북 산불을 겪으면서 기존 시스템을 뛰어넘는 더욱 신속한 지능형 의사결정 플랫폼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초대형 산불을 넘어 ‘초고속 산불’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산불 확산 속도가 대피 속도보다 빨라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헬기가 이륙할 수 없는 강풍 조건과 강한 산불 화세로 인해 지상 접근이 어려워 실시간 산불 화선 정보를 취득하기가 어렵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영상을 활용하여 전체적인 화선 규모를 분석하였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 예방·대비·대응·복구까지 재난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통합산불관리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극한의 기상 조건에서도 대면적 산불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산불확산예측시스템에 인공지능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의 드론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장기 체공하며 시간대별로 변하는 화선을 고해상도로 파악할 수 있는 중고도·고고도 드론을 도입하여 실시간 산불화선탐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시스템이 고도화되면 산불 현장, 현장 지휘소,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 간 실시간 정보 공유와 진화 전략 수립을 통해 협업 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 더불어, 안전한 주민 대피를 위한 전략을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다.
첨단과학기술 접목한 산불 연구 지속 추진
또한 나무가 빽빽하고 낙엽이 겹겹이 쌓여 산불의 연료가 되는 숲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숲 구조 개선의 우선 순위와 범위를 조속히 분석할 계획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점점 더 강해지는 산불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소중한 산림을 지키기 위해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산불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