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

중국의 보복관세 맞대응, 미국은 ‘종이호랑이’인가

2025-04-09 13:00:01 게재

‘트럼프 관세전쟁’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미국과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대응을 하는 나라가 중국 한 곳뿐이라는 사실이다. 트럼프의 황당한 관세폭탄을 맞은 국가에선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으나 트럼프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는 식의 대응은 극구 회피하고 있다.

유럽연합(EU)조차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철폐와 위스키 보복관세 백지화를 약속하는 등 미국 달래기에 나섰다. “아직 미국은 종이호랑이가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미국이 34% 보복관세를 때리자, 똑같은 34%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다. 트럼프가 발끈하며 ‘50% 추가관세’를 위협하자, “그러면 우리도 똑같이 하겠다”며 ‘단호한 반격’을 경고했다. 도합 105% 보복관세로 대미 수출길이 막히더라도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전체 수출액은 약 3조3800억달러, 이 가운데 대미 수출액은 약 4272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멕시코 한국 베트남 등을 통한 우회수출까지 합하면 전체 수출의 최소 15% 정도가 대미수출로 추산된다. 적지 않은 규모다. 부동산거품 파열로 수년째 극심한 내수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은 트럼프와의 전면전을 선택했다. 왜? 중국은 미국을 ‘종이호랑이’로 보고 있는 것일까?

중국이 쥔 미국채, 관세전쟁 ‘비장의 무기’

여기서 주목해야 할 통계가 있다. 중국은 올해 1월 기준 미 채권 보유액이 7608억달러로 일본(1조793억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유럽 수탁 계좌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알려지지 않은 금액까지 고려하면 실제 보유액은 1조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쥐고 있는 미국채권이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7일(현지시간) 미국국채 금리(유통수익률)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급등(채권가격 급락)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국채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1.2bp(1bp=0.01%포인트) 급등한 4.203%를 기록했다. 2년물 금리 역시 11.8bp 오르며 3.788%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이 조금씩 보유 국채를 풀었기 때문으로 시장은 본다.

중국이 미국국채 대량 매각에 착수할 경우 ‘세계 최대 채무국’인 미국의 트럼프정권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국채 금리가 급등해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롯해 기업과 개인의 이자 비용이 올라가고, 미국 정부의 차입비용을 상승시켜 공공재정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중국이 보유한 달러가치도 급락해 중국도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미국도 중국의 국채매각을 전면전 선언으로 받아들일 게 확실하다. 트럼프는 취임초부터 “달러패권에 대한 도전을 용납치 않겠다. 무조건 100% 관세”라고 선언한 상태다. 따라서 중국의 미국채 매각은 경고성에 그칠 개연성이 높다는 게 아직까지는 시장의 지배적 판단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중국을 벼랑끝으로 몰 경우 중국이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지금까지는 최대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아온 달러화는 폭락하고 세계는 대공황에 빠져들 것이다.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무력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도 아직 미국을 ‘종이호랑이’로 보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나 향후 20년은 미국의 패권이 존속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무차별적 보복관세가 미국의 쇠락을 크게 앞당길 것으로 판단한다.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는 지난해 10월 미국대선이 한창일 때 “중국은 트럼프 당선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 트럼프의 상호관세를 꼽으며 “이것이 바로 중국이 트럼프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의 부정적인 영향은 성장세를 약하게 한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부채에 대한 대응 능력도 약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1945년 이후 (GDP 대비) 116%에 이르던 빚을 잘 소화해 20%까지 낮췄고 이는 성장 덕분”이라며 “지금은 아무리 경제가 성장해도 125%에 달하는 채무를 소화할 수 없고 이는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했다. “세계는 누가 새 미국 대통령이 되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이자 가장 강력한 화폐를 가진 나라가 파산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경제위기 극복할 비상플랜 어디에

고래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판국이다. 우리나라 얘기다. G2는 우리나라의 양대 수출국이다. 뒤늦게 여야 경제통을 자처하는 대선주자들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라며 자신이 위기의 한국경제를 구출할 “경제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세론’에 맞서 대선국면을 전환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말 극한 위기감을 갖고 ‘비상 플랜’을 준비하고 있나. 잠룡들이 곱씹어볼 대목이다.

뉴스앤뷰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