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트럼프의 상호관세 다음 카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단어가 바로 멕킨리다. 취임 직후에는 미국 최고봉 이름을 디날리에서 멕킨리로 되돌리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을 정도다.
멕킨리 관세법이 만들어진 게 1890년 10월이다. 남북전쟁 이후 수입상품을 대체하고 실업자를 줄이려는 취지의 법이다. 평균 50%의 고관세를 부과한 게 특징이다. 1897년에는 2000여 종 수입품목을 대상으로 평균 46.5%의 관세를 매긴 딩글리법도 만들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관세 정책의 모델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 중이다. 미국과의 교역을 호혜적으로 만들어줄 관세보다 나은 대안을 가져오라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불공정 무역관행이나 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을 해소할 방안이나 대규모 투자계획을 원하는 모양새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이 트럼프정부와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 트럼프정부와 협상 서둘러
미 경제분석국(BEA) 무역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미국의 수입액은 3조3000억달러 규모다. 관세를 20%로 올리면 6000억달러의 재정수입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미 정부의 재정 적자율은 GDP의 5% 내외다.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밝힌 2028년까지의 재정 적자율 목표는 3%다. 관세로 미국의 재정적자를 해소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재정을 늘려 각종 세금 감면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미국 내 세금을 낮추면 글로벌기업의 투자 유치는 물론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 물론 낮은 세금으로 미국 제조업을 살린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농업 근로자 평균 임금은 시간당 36달러 정도다. 주당 34시간 일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봉은 5만9000달러다. 1인당 GDP 대비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신흥국의 8~10배 수준이다. 미국 민간기업 평균 연봉 수준은 신흥국 대비 12~15배에 달한다. 미국 내에서 만든 상품의 국제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를 봐도 노동생산성 대비 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가 미국이다.
따라서 미국 내 제조 단가를 내리지 못하니 수입 가격을 올리겠다는 게 트럼프식 셈법이다. 고율관세로 수입상품의 미국 시장 내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다. 미국의 임금대비 노동생산성 구조상 단기에 미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올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수출을 통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수단은 관세를 포함해 4가지 정도다. 가장 효율적인 게 환율카드다. 미국은 매년 주요국의 환율정책을 평가하고 보고서를 내고 있다. 주요국을 상대로 화폐가치를 올릴 것을 요구한 사례도 많다. 대표적인 게 일본 엔화 가치를 대폭 올렸던 1985년 플라자 합의다.
두 번째 카드는 2017년 이후 계속 논의 중인 국경세(BAT) 조정이다. 수출품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부과한 부가세 등을 환급해주고 수입품에는 국산품과 같이 부과하는 방식이다. 부가세를 도입한 전 세계 170여개국의 경우 수출상품에 환급을 해주는 제도가 있다. 부가세가 없는 미국으로서는 불공정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관세와 함께 사용할 다음 카드는 수출입 화물 운임과 항만 사용료 등을 청구하는 일이다. 이미 미국은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군함과 상선의 통행료에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이게 지난 3월 블랙록이 홍콩 허치슨왐포아로부터 파나마 주요 부두 경영권의 90%를 사들이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대미 관세장벽 뚫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대와 협력 절실
미국이 4가지 정책을 사용하면 국제 통상 질서의 재편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은 시종일관 대미 강경 보복카드로 맞서고 있다. 25%의 상호관세(국가별 상호관세 유예해 90일간 10% 기본관세만 부과)를 부과받은 한국경제로서는 위기상황이다. 한덕수 권한 대행과 트럼프 간 전화통화를 계기로 시작한 한미 통상 교섭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다. 다음 관문은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다. 환율 압박 근거인 만큼 외환정책에 대한 기준과 목적을 명확히 하고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G20 국가 등과의 긴밀한 공조도 중요하다.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고 경상수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도 필수적이다. 특히 대미 수출 축소에 대비해 수출 시장 다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미 관세장벽을 뚫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대와 협력이 절실하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