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흔들리는 달러, 복잡해진 투자환경
미국이 시작한 관세전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과거와 다른 시장 흐름이 감지된다.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했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안전자산 선호 국면임에도 달러와 미국채 가치는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책 불확실성과 높은 관세율, 재정 불안과 대규모 국채 매도 등이 맞물리며 기축통화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나아가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새로운 통화패권 전쟁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관세 전쟁 불확실성에 미국채와 달러 신뢰 흔들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몇 년 전부터 제도화를 추진해온 스테이블코인은 잘 알려진 대로 미국 달러와 1:1로 고정된 민간 발행 디지털화폐다. 비트코인처럼 특정 자산과 연계 없이 수급과 기대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암호화폐와 달리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미국 국채와 같은 실물자산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래에 용이하고 사용이 늘어나면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핀테크기업 코인베이스와 서클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USDC는 2025년 4월 현재 약 600억달러 규모가 유통되고 있는데 서클에 따르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77.5% 수준의 미국 국채 및 국채 기반 머니마켓펀드(MMF)를 예치해 놓고 있다. 그리고 발행량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미국채 매입도 늘어나게 된다. 디지털화폐 준비금이 미 국채시장에서의 투자자 이탈을 상쇄하는 국채 수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에는 부정적인 반면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에는 지지를 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전략적 선택이다. 글로벌 온라인 세계 최강자인 미국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영향력을 통해 디지털화폐의 민간 유통 기반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긴장 상황에서 배제될 수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보다 더 유리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의 전략이 의도대로 진행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제도적 미비점과 발행사 투명성 등의 숙제가 남아 있고 지금처럼 미국의 정책 신뢰가 저하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미국 기업 발행 스테이블코인도 각국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주요국 역시 발빠르게 대응 중이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모색 중이며 EU는 디지털 유로를 통해 자율적 통화 인프라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겠다는 메시지다.
하지만 디지털 통화패권 전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지금 상황이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에 큰 숙제를 안기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디지털 통화 논의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통화 주권과 외환시장, 결제 인프라에 직결되는 전략적 사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원화 도입 논의는 기술뿐 아니라 통화 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외환 보유의 다변화와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확장도 병행되어야 한다.
정책과 자산배분 둘러싼 점점 더 복잡해진 환경에 주의 기울여야
투자자 역시 대응이 필요하다. 달러와 미국 기술주에 집중되어 있는 포트폴리오 구조는 이러한 변화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연계 펀드나 금, 유로 등 대체 통화자산에 대한 분산적 접근이 필요해질 것이다. 특히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 정책과 자산배분을 둘러싼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