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전형별 합격기
실기_삼육대 아트앤디자인학과
낙서에서 시작된 진심 독창성으로 실기의 벽 돌파

하주형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한 건 아니었다. 코로나 시기, 지루한 ‘집콕’ 생활을 견디기 위해 손에 쥔 연필이 다른 진로로 이끌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에 만족했지만, 점점 더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인체 비율과 배경, 구도 등을 신경 쓰다 보니 독학으로는 한계가 느껴졌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위해 중3 겨울방학 때 미술 학원에 첫 발을 들였다. 고등학교도 디지털미디어디자인과가 있는 특성화고로 진학했다. 처음에는 취업을 고려했지만 다양한 전공 수업을 들으며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미대 진학을 꿈꿨다. 실기 비중이 높은 수시전형 합격을 목표로 하루 4시간씩 꾸준히 연습한 결과, 강원대와 삼육대에 나란히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주제에 맞는 스토리텔링 능력과 눈길을 끄는 색채 감각으로 경쟁률이 높은 실기의 벽을 뚫은 주형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수시 실기전형이 주력 전형이었나?
특성화고에서 취업이 아닌 진학 준비를 하다 보니 수능 공부까지 병행하긴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자연스럽게 수능 성적을 반영하는 정시보다는 수시전형에 관심을 갖게 됐죠. 실기를 보는 수시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 교과 성적으로 일정 배수를 선발한 다음 2단계에서 실기고사를 실시하는 다단계 전형과 일괄 합산 전형으로 나뉘는데요. 아무래도 상위권 대학이 주로 시행하는 다단계 전형보다는 실기 반영 비율이 높은 일괄 합산 전형이 제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어요. 3년 동안 실기 준비를 열심히 하면 경쟁률이 높더라도 승산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디자인 계열 실기고사는 ‘기초디자인’과 ‘기초소양’ ‘발상과 표현’ ‘사고의 전환’ 등 네 종목이 주가 되는데요, 창의적인 발상과 자유로운 표현 방식에 매력을 느껴 원서를 쓸 때 ‘발상과 표현’ 종목을 보는 대학을 골라 집중적으로 지원했어요. 혹시 몰라 학생부 교과 성적도 2등급 중반으로 마무리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기 성적을 100% 반영하는 삼육대 아트앤디자인학과에 합격했습니다. (웃음)
Q. 실기 준비는 어떻게 했나?
1학년 때는 기본기를 다지는 데 집중했어요. 빛과 그림자를 이해하고 형태와 명암 표현에 익숙해지기 위해 소묘와 정물 드로잉을 반복하며 기초를 탄탄히 다지려고 노력했어요. 2학년부터는 새로운 구도와 색감, 창의적인 발상 전개에 집중하며 표현의 폭을 넓혀갔어요.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3학년 때는 기초디자인이나 소묘는 빼고 ‘발상과 표현’ 연습에만 집중했어요.
‘발상과 표현’은 단순히 잘 그리는 것보다 주어진 키워드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풀어내는지가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날은 30분마다 새로운 주제를 받아 스케치만 8시간 내내 반복하기도 했어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떠올리고 창의적으로 구성하는 훈련을 한 거죠. 입시반에 들어가서는 다양한 기출문제를 풀며 실전 감각을 키우는 연습을 반복했어요.
Q. 삼육대 입시 준비 전략은?
삼육대 아트앤디자인학과는 수시에서 학생부 20%에 실기 80%를 반영하는 학교장추천전형과 실기 100%로 신입생을 뽑는 실기우수자전형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실기 비중이 높다 보니 해마다 경쟁률이 30:1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아요. 실기 유형은 ‘기초디자인’ ‘기초소양’ ‘발상과 표현’ 중 하나를 선택해 4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하는 건데요. 제가 시험을 본 ‘발상과 표현’에서는 물방울과 리본, 붓으로 ‘미래의 생태공원’을 표현하는 문제가 출제됐어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리본을 로봇 팔로 활용하고 건축물에는 자연과 로봇 요소를 결합해 미래지향적인 공간을 구성했어요. 채색을 할 때도 그라데이션과 농도 조절을 통해 독창성을 살리려고 노력했죠. 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Q. 후배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 있다면?
성적이 대학을 결정하고, 실기가 합격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경쟁률이 높은 미대 입시에서 합격에 가까워지기려면 결국 실기 실력이 가장 중요해요. 가고 싶은 대학이 있다면 그 학교의 실기 유형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하루라도 빨리 준비를 시작하는 게 좋아요. 자신 있는 실기 종목이 있다면 함께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과 유연함이에요. 열심히 하되, 어느 순간 막막하고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든다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세요. 예를 들어, 나와 맞지 않는 학원이라면 과감히 옮기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어요.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전환점을 맞을 수 있거든요.
막막한 미대 입시지만, 끝까지 자신을 믿고 밀고 나가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올 거예요. 험난한 수험 생활 동안 자신만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길 응원합니다!
취재 김성미 리포터 grap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