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쿡스토브’<저개발국 조리기기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 사업 온실가스 감축효과 뻥튀기

2025-04-21 13:00:14 게재

플랜 1.5·UC버클리 등 분석

한국 기업들이 추진한 쿡스토브 사업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뻥튀기 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쿡스토브 사업은 저개발국가의 저효율 조리기기를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해 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사업이다.

플랜1.5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교(UC Berkeley) 연구팀, 유럽 싱크탱크 카본마켓워치(Carbon Market Watch)와 공동으로 한국 기업이 투자한 쿡스토브 사업 전수 조사 및 분석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1개 쿡스토브 사업에서 보고된 감축량 974만302톤 중 실제 감축된 양은 53만1979톤에 불과했다. 삼성전자가 참여한 사업은 9.6배, SK그룹 등이 공동 투자한 사업은 14.4배 과장됐다는 주장이다. 이들 기관이 꼽은 과다계상 주요 원인은 △비재생 바이오매스 비율(fNRB)과 병용률(Stacking)이 각각 2.4배 과장된 점 △채택률은 1.6배 △사용률과 연료소비량은 각각 1.8배 △리바운드 효과는 1.3배 과장된 점 등이다.

이들 기관은 “920만8323톤은 실제 감축효과가 없는 ‘불량 배출권’에 해당하는 셈”이라며 “국내에 수입된 쿡스토브 감축실적 양이 약 9800만톤임을 감안할 때 실제 감축효과가 없는 불량 배출권 규모는 약 9300만톤 수준으로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의 평균 배출권 가격 1만9131원/톤을 고려하면 약 178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국제감축분 3750만톤을 설정했고 최소 13개 쿡스토브 사업을 구매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며 “또한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2026~

2030년)에서는 상쇄 배출권 사용 한도를 현행 5%에서 10%로 확대할 계획인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카본마켓워치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기업들은 이런 불량 배출권 판매로 12년간(2008~2019년) 약 30억유로의 추가 이익을 얻었다.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이번 분석에서 나타났듯이 쿡스토브 감축실적은 신뢰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국내 수입을 전면 재검토하고 기존에 환경부가 인증한 감축실적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2030 NDC에서도 감축실적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쿡스토브 사업은 배제하고 확실한 감축을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본마켓워치의 정책 전문가인 벤야 펙스(Benja Faecks)는 “한국이 EU가 저질렀던 실수를 답습해 불량 배출권을 계속 수입한다면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자가 배출량에 비례해 가격을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을 발행하고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서 정부에 제출한다. 기업(할당업체)마다 감축 목표량이 있고 목표량만큼 감축하지 못하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과징금을 문다. 반대로 목표량을 초과하면 그만큼 배출권을 내다 팔 수 있다.

김아영 고성수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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