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국이 관세협상 서두르지 않는 이유
미국은 중국산 철강 반도체 전기차 등 수출 산업을 관세 무기로 광폭 제재 중이다. 최근에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해운 물류 분야로 전선을 확대했다. 정부와 국가개발은행의 보조금과 저금리로 선박을 건조해서 50% 넘는 시장을 점유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방식은 다소 전통적이다. 보잉 항공기와 대두 등 미국산 수입품 구매 취소와 희토류 수출 제한 그리고 국제무역기구(WTO) 제소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를 무기로 본격화할 환율과 통화전쟁에 대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미국의 관세폭탄에도 중국 다소 전통적인 방식으로 대응
미국 수입에서 중국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4% 정도다. 트럼프 1기 관세전쟁 직전인 2017년의 21%와 비교하면 큰폭의 하락이다. 지난해 양국 무역액은 중국 통계 기준으로 6882억8000만달러다. 1년 전보다 3.7%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중국 상품의 미국 수출은 5246억5600만달러로 4.9% 늘었고, 수입액은 1636억2400만달러로 0.1% 정도 줄었다.
양국 사이의 무역 관계가 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해 1분기 양국 상품 무역액은 1545억달러다. 증가율로 따지면 2.9%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1156억달러로 4.5% 늘었으나 수입액은 389억달러로 1.4%나 감소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중 중국에 관세 전을 예고한 게 지난해 11월 당선 시점부터다. 관세에 대비해 중국 상품을 미리 수입한 결과가 4.5% 증가율로 나타난 셈이다. 관세위협이 없었던 지난해 수출 증가율 4.9%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소비재 수입액 중 중국 상품 비중은 26.57%다. 지난 2012년에 40%였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미국의 월마트를 중국산 제품으로 채우던 시대는 이미 지났고 이 자리를 유럽 베트남 인도 상품으로 채운 결과다. 26.47%로 늘어난 유럽산 소비재의 미국 수출 비중이 이를 증명하는 근거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국의 중국산 소비재 의존도를 더 낮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비재 수입은 미국 무역적자의 주범격이다. 지난해 미국 수출과 수입액은 지난해 각각 2594억달러와 8066억달러 규모다. 5472억달러에 이르는 무역수지 적자가 미국 3대 수입품인 의류 신발, 가전 가구 제품, 의료 의약품에서 나온 셈이다. 이중 중국산 소비재 의존도는 예상보다 적은 편이다. 물론 중국의 우회 수출 물량을 무시하기 힘들다.
중국은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 이후 미국으로의 간접 수출을 늘렸다. 간접수출액은 2000억달러 이상이다. 이걸 고려하면 중국 소비재의 미국 시장 의존도는 25% 정도로 올라간다. 중국의 미국 수입 비중 13%와는 큰 차이지만 그렇다고 중국 수입품에 145%의 고관세를 물릴 정도는 아니다.
미국의 사회소매판매액을 보면 지난해 기준 8조5200억달러다. 수입재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 정도다. 한마디로 미국경제는 소비재를 스스로 생산하는 국가다. 이게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 대비 마이너스 0.1%로 나온 배경이다.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 대미 관세협상 미루면서 환율 경제 안보 물류 등 장기전에도 대비
3월부터 중국상품에 부과한 25% 관세 영향도 미미하긴 마찬가지다. 미국노동부 통계를 보면 3월 CPI는 전년 동기대비 2.4% 상승했다. 7개월 만의 최저치다. 직전 통계치인 2.8%보다도 크게 낮다. 미국의 관세 흡수능력이 크다는 이야기다. 중국상품에 대한 고관세로 인한 미국 물가 상승영향을 1~2% 대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중국이 대비하는 카드는 다음 단계다. 닉슨 대통령 시절 글로벌 10% 상호관세를 부과한 후 금 태환제도 폐지와 각국에 환율 절상까지 요구했던 사례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이 관세 협상을 미루면서 경제 안보 물류 등 장기전에 대비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