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직자가족 공공부문 취업상황 신고·공개제도 도입을

2025-05-12 13:01:06 게재

공직자의 신뢰성과 청렴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 ‘공무원가족 공공부문 취업상황 신고·공개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이제 알고 싶어 한다. 직간접적으로 공직자 가족들이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공공부문 중심의 특수계층으로 자리잡고 있는지를.

공직자의 가족이 공공부문에 진입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공직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공공부문 진입에 차별받거나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 다만 공직자의 가족이 서로 업무상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어떤 공공정보 유출과 결탁 위험성이 있는지 최소한의 예방적 정보관리체계는 필요하다.

특히 동일 직장(동일 기관) 내에 공직자의 가족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 경우에는 신고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대외적으로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도 친인척을 보좌진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경우에는 형식적으로나마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공직자의 가족이 같은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례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이상징후, 특이징후로 볼 여지가 크다. 공직자가족 공공부문 취업상황 신고·공개제를 전 공직자를 상대로 시행하기에 앞서, 관리자급 공직자, 중고위직 이상 공직자, 공공기관 임원급 공무직부터 실시해야 할 것이다.

공직자 가족 간 비리 사례 끊이지 않아

물론 굳이 신고제도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일정 직급 이상 공공부문 종사자의 가족관계정보와 취업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 기반으로 매칭하여 빠르고 간단하게, 주기적으로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해 가는 방식도 가능하다.

전 공공부문에 걸쳐 공직자 가족 간의 비리 사례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 주거복지를 수행해야 할 공공기관의 본질적 책무를 망각하고 내부 지역개발계획정보를 활용해 임직원과 가족들이 사실상 부동산 투기세력이었음이 드러난 사건으로 온 국민이 경악했다. 선거를 통해 공직자를 공명정대하게 선발선출하는 것이 핵심사무인 헌정기관이 이미 그 내부에서부터 자신의 가족들을 공직자로 수백명 이상 불공정하게 채용해온 사실이 드러난 사건으로 빽 없고 줄 없는 전국의 서민 학부모와 20·30대 청년, 청소년들이 분노했다. 이 거악스런 부정부패 사건이 비단 일부 기관에 국한된 일일런지 심히 의심스럽다.

국가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국민 경제가 파탄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부동산 투기와 각종 텃세, 부모찬스 부정채용·부정입학 관행 등에 상처받고 지친 젊은이들이 내집마련·결혼·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작은 원룸·고시원방에서 근근이 생존하며, 탈조선만을 꿈꾸고 있다. 이렇게 민생 현장이 초토화되어 가고 있는데도 공공부문은 체감을 못하고 있다. 성실한 공직자도 많으나 가짜노동 공직자들도 너무나 많다. 가공할 공공기관발 부정부패 소식들 앞에서 다수 국민은 책망할 여유가 없다. 바뀌는 게 없으니 의지와 방향도 잃었다.

투명, 성실한 공직자라면 반대 이유 없어

공공부문 혁신을 위해 공직자 가족 취업상황 신고·공개제를 공론화하자. 한국사회가 얼마나 계층사다리가 망가진 사회인지, 이미 관료가족 중심사회인지 여실히 드러날 것이다. 여야 정관계를 막론하고 이 제도 도입 논의를 꺼내는 것 자체를 발작적으로 두려워하는 자들이 있다. 투명하고 성실한 공직자라면 이 제도 도입을 두려워하거나 방해할 이유가 없다.

이경선 서강대 교수 공공정책 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