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책변화 따라 국제유가 '들썩'

2025-05-12 13:00:16 게재

2021년 2월 이후 4년만에 최저치 찍은 후 소폭 오름세

미중·미영 무역협상 진전으로 경기 불확실성 완화

경기회복·유가수요 증가 기대심리가 유가 끌어올려

국제유가가 4년 3개월(220주)만에 최저치를 찍은 후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가 하락했던 원인은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 가장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경제적인 입장변화가 유가추이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고 있다.

●달러인덱스 약세도 유가상승세에 한몫 = 1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가격은 5일 배럴당 57.13달러로. 2021년 2월 8일 57.97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5일 59.56달러를 기록해 역시 2021년 2월 8일 59.80달러이후 가장 낮았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다음달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가를 끌어내렸다. 한국석유공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통한 가격안정 기조에서 증산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로 정책전환을 시사함에 따라 유가의 하방압력이 고조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유가는 변동 폭이 있지만 미국의 정치·경제 방향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6일에는 미국 세일 오일·가스 생산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과 달러 인덱스 약세가 유가 상승을 가져왔다.

미국의 석유대기업인 다이아몬드에너지는 올해 원유 생산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자본 지출계획 축소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주주서한에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OPEC+의 공급증가로 미국 셰일 생산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코테라에너지도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간 자본지출 예산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달러인덱스 약세가 지속되며 비달러 지역의 원유 구매 부담이 완화됐다. 상대적 가격경쟁력 상승으로 수요 측면에서 유가 지지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8일에는 미국과 영국의 잠정 무역합의가 유가상승에 힘을 실었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도 유가를 좌우할 중요변수다.

●미-이란 핵협상 합의는 유가 하락요인 = 투자은행 시티는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합의되면 배럴당 50달러까지 하락하고, 합의에 실패하면 70달러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합의실패시 미국과 서방의 이란 제재 강화로 원유공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9일 국제유가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치가 반영된 결과다.

앞서 7일 유가가 하락했던 이유 중 하나는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면서 경기저하에 따른 수요둔화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미국 휘발유 재고가 10주만에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신규 수요가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하락에 힘을 보탰다.

●미 석유대기업 '최후의 생존자' 전략=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 당일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미국에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석유·천연가스를 충분히 생산해 에너지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국제유가를 낮추고, 자국내 휘발유가격을 인하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공약이다.

그렇다고 유가를 마냥 끌어내릴 수만은 없다. 뉴욕타임즈는 석유·가스기업들이 트럼프 47대 대통령 선거 캠페인 기간동안 공화당에 약 7500만달러(약 1093억원)를 기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미국 정유업체들 이익을 어느정도 보장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를 유지하면 정유업체의 이익감소가 우려되고, 고유가를 유지하면 에너지가격을 인하하겠다는 공약과 배치되는 상황이다.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무조건 값싼 석유’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균형점을 찾으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미국 석유대기업들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조변화도 주목된다. 무조건 유가를 끌어올려 이익확대를 노리던 과거에서 벗어나 시장점유율 확대 및 ‘최후의 생존자’ 전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액슨모빌과 셰브론 등은 기술개발로 생산비용을 낮춰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퇴출하려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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