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관광대국과 협력, 한국 관광업 재도약 기회

2025-05-16 13:00:03 게재

눈길 끄는 베트남 태국의 관광산업 성장 사례 … K-관광 강점 활용해 상생의 길 모색할 필요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아세안 회원국 다수는 관광 대국이다. 관광 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

세계여행·관광협회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기준, 관광산업은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3.8%를 차지하며 13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는 전체 일자리의 4.7%에 해당한다. 같은 해, 아세안에서는 관광산업이 전체 고용의 12.4%에 달하는 401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아세안 국내총생산(GDP)의 8.3%를 차지했다.

AI 분석에 의하면 2024년 태국 관광산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거의 20% 수준에 근접한다. 국제 관광객 숫자로 두고 볼 때 아세안 회원국은 모두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기세가 역력하다. 동남아 국가는 보석 같은 관광 자원이 즐비하며 모두 경쟁력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정책, 제도, 노하우, 상품화, 종사자들의 마음가짐, 접근성 및 인프라 등 여러 면에서 우리가 본받을 점이 많고 우리와 정책 공조를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시켜 나갈 수 있는 나라와 지역이다.

지역협력기구로서의 아세안과 개별 회원국의 입장에서도 관광산업 활성화는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 있다. 회원국 간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하다. 동남아 관광에 관한 한 태국이 1위 자리에 있겠지만 이 중에서도 베트남의 전략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베트남은 작년에 2500만명의 외래 관광객을 유치했다고 주장하는 말레이시아와 3560만명의 외국 관광객 유치로 동남아에서 1위를 차지한 태국을 뒤따르고 있다.

베트남의 관광산업 회복 사례

그러나 베트남은 관광산업 회복 속도 측면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폐쇄한 지 5년 만에 태국을 능가하는 지역의 선도자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은 작년 1750만명의 국제 관광객 유치로 동남아에서 싱가포르를 앞질러 세 번째로 가장 많은 외국관광객들이 방문한 나라로 자리매김 했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1637만명의 외래 관광객을 유치해 전년 대비 48.4% 성장세를 보이며 코로나19 이전 대비 93.5% 회복세를 보여준다. 올해 방한 관광객 유치 목표는 1850만 명이다.

베트남은 2019년 기준 관광 비즈니스의 98%를 만회했으며 태국과 싱가포르는 각각 87.5%, 86%를 회복하였다. 이는 베트남이 이웃 관광 강국들을 앞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의 인기는 계속 급상승하고 있다. 금년 1~2월 거의 400만명의 국제 관광객이 방문했으며 이는 연간으로 환산하면 32.2% 증가에 해당된다.

태국의 경우 금년 1월부터 3월 23일까지 외래 외국 관광객 수는 1년 전에 비해 2.9% 증가했다. 태국은 2019년 기록적인 4000만명 외래 관광객을 유치했으며 올해 적어도 38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외래 관광객들에게 매력을 주는 몇 가지 요인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접근성이라 하겠다. 2021년 샌프란시스코와 호치민시 간에 개설된 직항 노선이다. 이어 2023년 새로운 전자비자 도입으로 입국 수속을 간편하게 하고 90일간 체류가 가능하게 허용했다.

또한 비자면제 국가 수 확대다. 더 많은 나라들이 금명간 추가적으로 비자면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최고급 일류 호텔들의 줄 이은 영업 개시다. 아울러 2024년 미슐랭 가이드 (Michelin Guide) 증보판으로 베트남의 요리음식 문화에 지구촌 플랫폼을 열어준 점이다.

고급 관광시장까지 아우르는 다층적 매력

이 모든 것이 고급 여행자들에게 베트남을 점차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이들 여행자들은 이미 태국의 코사무이와 푸켓에 가 본적이 있으며 일본, 싱가포르와는 차별성이 있는 색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 고급 여행사 운영 사업가들은 이러한 요인이 2024년 국제 여행자들이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게 했으며 팬데믹 이전 수준의 사업 기회를 내다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엘리트 인도 가족들도 특히 베트남의 푸쿠옥과 하롱베이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돈 잘 쓰는 중국인 부자들도 베트남 관광산업 성장의 핵심 원천이다.

2025년 말까지 베트남은 2300만명 국제 관광객 유치로 지금까지의 방문 기록을 크게 깨트릴 계획을 갖고 있다. 내년 3월까지 신공항 개항과 함께 최초의 비행편이 신공항으로 취항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베트남의 연간 방문객 처리능력을 2500만명으로 올릴 것이다. 이는 베트남의 더 크고 장기적인 야심을 말해 준다.

2020년대가 지나갈 무렵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방문하는 나라 군에서 말레이시아를 앞서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면 태국이 베트남의 유일한 경쟁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

관광산업의 활성화는 나라와 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견인한다. 그렇지만 그 의미는 경제의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 활성화를 상징하고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선도하며 국가 경제 전반에 포괄적인 기여를 한다. 국제 교류 증진에 선구자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다. 지구촌의 공동 번영과 평화·화합·조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산업이며 그 효과와 영향이 사회 전반에 스며들 수 있는 경제의 한 분야이기도 하다.

개인의 복지를 증진하고 자연 환경을 보호하고 경제 발전을 촉진하고 국제적 조화를 조성하는 것이 ‘유엔 관광’(UN Tourism)의 ‘진수’ 이다. 2024년 1월 23일자로 유엔세계관광기구는 글로벌 관광 분야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이제 ‘유엔 관광’ 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브랜드로 새 시대에 진입했다. 사람과 지구가 항상 중심 무대라는 것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추진한다. 이처럼 관광 분야는 단순한 경제의 특정 분야를 넘어서 지구촌의 공동 번영과 지속 가능한 발전, 환경 보호 및 국제적 화합을 추구하는 복합적 분야가 된 만큼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아세안 개별 회원국과 양자 차원에서, 한국-아세안 관계 차원에서 그리고 아세안 플러스 한·중·일 다자 협력 차원에서 관광 협력을 본격 추진하며 중요 의제로 다루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및 싱가포르 등은 관광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며 관광업 활성화에 국가 경제의 명운을 걸고 있다. 그런 만큼 국가의 주력 산업으로 관광산업을 정성을 다해 가꾼다. 정책과 제도 등 관련 분야에서 모범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런 분야를 염두에 두고 아세안과 또는 개별 아세안 관광 대국 회원국과 정책 대화를 하면 상호 이익을 창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세안 입장에서 한국은 송출 시장으로서 매우 중요한 나라이다. 우리 국민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한국인이 연간 300만명 이상 방문하며 태국과 필리핀은 각각 100만명 이상 방문한다. 방한 외국인을 나라별로 보면 중국 및 일본 다음으로 아세안 시민들이 3위를 차지한다.

아세안과 협력 강화로 발상의 전환을

우리도 발상의 전환을 하면 아세안 친구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관광 상품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동남아에 없는 우리의 4계절을 감동적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K-Culture 이모저모를 K-관광에 광범위 하게 접목시켜 상품화 하는 것이다.

올해와 내년 각각 한국과 중국에서 열리는 APEC 회의와 2025 오사카 엑스포 계기 방한, 방일, 방중하는 동남아 친구들이 한국의 여러 지방도 방문하는 기회를 갖도록 방한 동선을 다변화 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부산과 제주도에는 아세안 시민들의 자긍심을 고양시킬 수 있는 자산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아세안 국민들이 부산의 아세안 문화원과 제주의 아세안 홀 그리고 ‘한-아세안 올레’길을 방문하면 잊을 수 없는 한국 체험으로 오래오래 머릿속에 간직될 것이다.

금년 1월 말레이시아 개최 아세안 플러스 한·중·일 관광장관 회의에서는 ‘인적 연계성 강화를 통한 아세안-한국 관광 협력’ 주제의 공동 연구를 환영했다. 동 연구보고서는 2024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5주년을 맞이해 아시아개발은행이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아세안센터와 협력하여 발간한 것으로 아세안 측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국이 OECD와 협력해 지역내 인공지능과 관광에 초점을 두는 선구자적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사업은 한-아세안 관광 협력에 OECD의 전문성을 투입함으로써 협력의 외연을 확대하고 질적 수준을 제고한 것으로 주목을 끌었다. 한-아세안 관광 협력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

아세안과의 관광 협력에 있어 핵심 언어는 “지속 가능하고 회복력이 있으며 포용적인 관광” 이 되어야 하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는 “유엔 지속가능개발 목표” 에 부합하며 지구촌 전체의 어젠다이기도 하다.

정해문 전 태국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