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이어 국내 최대 선사 HMM도 부산이전 격랑 속으로

2025-05-16 13:00:13 게재

이재명 후보 “정부지분 있어 불가능하지 않아”

조기매각 검토하는 최대주주 산업은행과 충돌

해양수산부에 이어 국내 최대 해운기업 HMM도 부산이전 격랑에 휩싸였다.

6.3 조기 대선전에서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HMM을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HMM 직원들이 동요하자 HMM 육·해상 노동조합은 각각 이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HMM은 육상근무 직원 900여명 중 90%가 육상노조에 가입했고, 배를 타는 해상직원 600여명은 해상노조에 가입해 있다.

경쟁하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개별기업 운명에 대해 정부가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공약은 지양해야 한다”고 반박했고,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

◆HMM 조기 민영화냐, 공기업 체계 계속 유지냐 = 이재명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 서면에서 유세하면서 해양수산부 부산이전과 함께 HMM 이전을 공약했다. 그는 우선 해수부 부산이전을 다시 강조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의 해양 국가화, 부산의 해양수도화를 위해 해수부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며 “원래 국가기관들은 서로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찢어 놓으면 안 되지만 해수부만은 예외로 해서 부산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북극항로가 열릴 때를 준비하기 위해 해운회사들이 들어와야 한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해운사 HMM이 부산으로 옮겨오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의 발언은 파장을 일으켰다. 15일 HMM 주가는 하루 전에 비해 6.5% 오른 2만21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 상승은 14일 공시한 1분기 실적, 미·중 관세전쟁 휴전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HMM의 취약점으로 거론되는 지배구조 개편 불확실성이 공기업 체계 유지로 귀착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될 지 여부도 관심이다. HMM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지분이 70%가 넘는 사실상 공기업 상태다. 산업은행은 36.02%, 해진공은 35.67%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5.17%까지 합치면 정부 영향력 있는 지분이 76%에 이른다.

정부는 그동안 산업은행과 해진공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향을 견지했다. 지난해에는 하림그룹 팬오션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을 진행했지만 결렬됐다. 최근에는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조기 매각 의사를 밝히고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3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KDB 넥스트라운드 인 실리콘밸리’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산업은행 지분이라도 팔아야 되는 것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3%대 후반이어서 새 정권이 들어선 뒤 정부 합의를 거치는 걸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16일 “다음 달 임기가 끝난 강 회장이 퇴임해도 HMM 주식매각을 계속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HMM 부산이전을 공약하면서 사실상 공기업 체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식으로 근거를 들었다.

그는 “(부산이전은) 민간회사라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 출자지분이 있어 마음을 먹으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부산이전이 완료될 때까지는 정부지분을 유지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는 발언이다.

HMM은 지난 3월부터 국내 선사로는 처음으로 9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HMM 제공

◆공화·민주 넘어 해양전략 협력하는 미국 배워야 = 해수부와 HMM 부산이전을 놓고 논란이 일어나면서 바이든과 트럼프 행정부를 이어오며 진행되는 미국의 해양전략 수립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해양지배력 회복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국무장관 상무장관 교통장관 국토안보장관 무역대표부대표 등과 협력해 ‘해양행동계획’을 대통령에게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기한은 명령이 발동된 이후 210일 이내다.

행정명령은 지난해 4월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채택한 ‘국가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국의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올해 4월에는 의회지침에 바탕을 둔 ‘선박법’도 초당적으로 합의해 다시 발의했다.

홍승용 전 해수부 차관은 “최근 세계적 흐름을 보면 해운 항만 뿐만 아니라 해양정책에서 기후 해양 수산 등이 더욱 강조되는 흐름”이라며 “현재와 같은 해수부를 두고 부산으로 이전하느냐 마느냐 논란보다 변화하는 흐름에 걸맞은 역할을 할 해수부와 정부조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운과 조선도 해수부와 산업부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는데 미국은 해양지배력 회복을 위해 함께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조선산업정책의 경우 인공지능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등 신경써야 할 곳 많은 산업부보다 해수부에서 해운과 함께 관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통령실에 국가해양위원회를 추진하는 것처럼 국가해양전략을 관장하는 정부 컨트롤타워를 설립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등에서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박범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군사연구위원)는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대한 내해화(內海化) 전략에 착수했다”며 “한·중 양국 배타적경제수역이 겹치는 잠정조치수역 안에 양식용 시설이라며 대형 해상 철골 구조물 2개를 무단 설치했는데 매우 중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현재의 해수부 체계를 넘어 대통령실에 국가해양위원회와 비서관을 두고 해양전략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세우고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근 이경기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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