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단죄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

2025-05-19 13:00:01 게재

올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단연 화제의 인물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다. 지난 2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려던 그는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호남사람들과 정반대의 삶을 살았던 그가 할 말은 아니었다. 지난 3일에는 대한민국 헌정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두 차례나 ‘광주사태’로 지칭해 광주시민의 가슴에 다시 한번 비수를 꽂았다.

1980년대만 해도 호남 사람들은 5.18민주화운동으로 인해 천대를 받았다. 광주시민은 폭도였다. 단지 고향이 호남이라는 이유로 군대를 가서도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 먹고 살 것이 없어 고향을 떠난 타향살이는 한없이 고달팠다.

광주시민들은 5.18묘역에 모이면 서로를 붙잡고 울었다. 그들은 인적이 끊겨 스산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망월동 묘지를 더욱 기억하고 추모한다. 그곳은 군인들이 제대로 된 장례 절차도 거치지 않고 청소차에 시신을 실어 매장한 장소다.

폭동 아닌 민주화운동됐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뤄지지 않아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견딘 뒤에야 5.18은 폭동이 아닌 민주화운동이 됐다. 국립5.18민주묘지는 지금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머리를 조아리는 곳이다. 진보정당 인사도, 보수정당 인사도 온다. 모두 5.18영령들을 추모한다지만 그래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단죄하지 못한 것이다.

전두환과 광주학살의 가해자들은 광주 시민에게 진정한 사과조차 건네지 않았다. 오히려 5.18민주화운동을 끊임없이 왜곡하고 폄훼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이 광주에 특수부대를 투입했다고 왜곡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두환 신군부의 유혈 진압을 옹호하는 극우세력도 나타났다.

박근혜정부 때는 5.18민주화운동의 설움이 담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아예 부르지 못하도록 가로막은 일도 있었다. 그런데도 비상계엄을 확대해 정권을 찬탈했던 전두환 군부독재의 후예들은 여전히 그들을 두둔하고 있다. 1997년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에도 이런 일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윤석열의 12.3비상계엄을 통한 내란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3일 늦은 밤 이 소식을 들은 광주시민들은 1980년 5월을 다시 떠올렸다. TV 화면을 통해 국회의사당 상공에 뜬 헬기를 바라보며 1980년 5.18 당시 광주 금남로 상공에 뜬 헬기를 기억해 내고 몸서리쳤다.

광주시민들의 아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윤석열 지지자들은 광주 금남로에 몰려와 윤석열 12.3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감쌌다. 내란 사태가 지속되는 동안 광주시민들은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매일 옛 전남도청 앞에 모여 소리라도 내야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었다.

‘역사의 반복도 진보’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해방 이후 친일부역자들을 단죄하지 못한 후과는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을 학살한 가해자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후과 또한 윤석열의 12.3비상계엄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윤석열과 이를 두둔하는 자들이 다시 나타날 것이다.

이번 조기 대선은 불법적 비상계엄을 감행한 세력들을 단죄하는 과정이다. 대선을 통해 복귀를 시도하는 내란세력을 주권자의 힘으로 단죄해야 한다. 다시는 군부의 힘을 빌려 국민을 짓밟는 자들이 이땅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5.18 정신 헌법에 새겨 사회적 통합과 화해의 길로 나아갈 때

지난 18일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국가기념식이 대선주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 이번 조기 대선이 끝나면 5.18민주화운동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을 매듭지어야 한다.

그 첫걸음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일이다. 이는 45년간 쌓이고 쌓인 5.18영령들의 한을 풀어내는 해원(解寃)의 과정이다. 1980년 5월에 광주시민을 희생양 삼아 정권을 찬탈한 반민주적 군부독재세력을 역사적으로 단죄하는 길이기도 하다.

5.18 정신은 국민이 국가폭력에 맞서 지켜낸 민주주의가 핵심이다.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가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이제 5.18 정신을 헌법에 새겨 사회적 통합과 화해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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