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면기 칼럼

‘6.3대선’ 내란의 연장인가, 정치의 부활인가

2025-05-20 13:00:02 게재

사형 아니면 무기형 혐의로 재판 중인 피고인이 개 산책을 즐기며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 어느 역사에서도,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어려운 기괴한 일이다. 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제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지지해 달라며 대선에 끼어들었다.

그가 6.3대선의 각본을 짜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터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국민의힘이 그를 쳐내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당이 ‘헌법에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17일 내란 수괴 혐의의 윤석열이 탈당하고 친구 석동현 변호사도 선대위 사퇴를 선언했지만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들은 여전히 한마디 사과도 없이 12. 3 내란행위를 애국적 행위로 강변하고 있지 않은가?

더욱 문제는 김 후보 자신이다. 그는 전광훈과 자유통일당을 같이 만들고 초대 대표를 지낸 경력이 있고, 지금도 이들 극우세력과 절연하겠다는 약속하지 않는다. 내란세력, 탄핵반대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 등 반헌법 세력을 모두 규합해 선거를 치르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헌법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식과 지향을 집약한 우리 사회의 최고 규범이다. 그래서 정치질서를 구성하는 기본원리가 되기도 하고 정치활동의 한계가 되기도 한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유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국방력을 멋대로 동원해서 이 최고규범 자체를 ‘파괴’했다. 박근혜 때와는 차원이 다른 반역행위다.

보수를 자멸의 길로 몰아넣은 윤석열

“윤석열, 그 입 좀 다물라.” 김문수 후보가 확정된 날 축하 메시지를 낸 윤석열에게 날린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의 일갈이다. 자중해 달라는 거친 항의지만 국가변란 세력이 돼버린 한국 보수에 대한 절규처럼 들린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가장 큰 문제는 보수세력이 박근혜를 겪고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변화 대신 ‘반공’ ‘박정희 신화’와 ‘이승만 우상화’라는 뉴라이트 사관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세상 흐름을 외면한 무지와 오만, 그것이 보수 몰락의 시작이었다.

‘가치의 권위적 배분.’ 고전이 되다시피한 정치에 대한 이스턴(David Easton)의 정의다. 라스웰(H D. Lasswell)은 이를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느냐”를 정하는 것이라고 풀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검사스러움으로 인생을 살아온 윤석열은 이런 정치의 모든 문법을 부쉈다.

비판도 허용되지 않았고 자원의 배분의 투명성도 보장되지 않았다. 민주적 제도와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사라졌다. 권력에 아첨하고 호가호위하는 자들이 자연스럽게 이 공백을 채웠다. 건진 천공같은 무속무리와 모리배들은 김건희씨에게 선을 댔다. 보수 실패가 한층 임박해왔다.

불법 비상계엄으로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형사재판은 지지부진이다. 내란 평정을 방해하는 검은 세력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과 사법부를 장악하다시피한 이들 특권세력은 ‘현란한’ 법논리로 내란을 비호한다. 내란수괴 혐의의 범인을 내보낸 지귀연 부장판사나 관례를 깨고 초광속 판결로 이재명 선거법 위반 건을 파기환송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그런 부류다.

이들은 사실상 헌법에서 용인하지 않고 있는 ‘특수계급’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연대한다. 국민들은 내란 과정에서 보여준 이들 특권 지배엘리트의 무능과 오만, 부패에 분노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던 한덕수 최상목이 헌재재판관 임명을 가지고 뭉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정권 내내 권력의 2인자 노릇을 하던 한덕수 전 총리는 급기야 대선 출마 소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 기회주의적 처신을 한편의 영화처럼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12.3 밤에 한 총리는 필사적으로 불법계엄을 반대했어야 했다. 북을 자극하면서 계엄 빌미를 찾기에 혈안이 되었던 군사적 맹동주의도 경계하고 단호히 막았어야 했다. 국가지도자가 위기의 순간에 몸을 던지지 않는다면 국민이 어떻게 그들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시대착오적 역사관에 빠진 대통령, 역사를 잊은 무사안일 총리는 결국 그날 밤 보수를 한걸음 더 자멸의 길로 밀어냈다.

건강한 실용보수 살리는 게 국힘의 책무

6.3대선은 내란의 연장전이 아니다. 이번 대선은 미래의 한국을 구하는 선거다. 가진 자는 품격을 갖춰야 되고 못 가진 자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런 지극한 상식이 구현되는 정치, 다수의 보수가 진보의 공간을 내주고, 진보가 보수를 배려하는 정치가 구현되어야 한다.

윤여준 김상욱 등 보수권의 인사들의 이재명 후보진영 합류는 국민의힘 소멸의 운명을 예고한다.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지더라도 결국 이길 수 있는’ 길을 가겠다는 대의를 선택해야 한다. 내란범들을 끼고도는 것은 국민의힘에도 나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란을 청산하고 건강한 실용보수를 살려내는 것, 그것이 6.3 대선이 국민의힘에 부과한 역사적 책무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