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손자병법
노사, 현장에 맞는 퇴직연금규약을 만들자
5월 1일 노동절을 전후해 각 기업마다 임금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버스노조도 준법투쟁 중이다. 버스회사 임금협상이 뉴스에 자주 나오는데 임금협상이란 상식적으로 노와 사가 당사자로서 협상하는 것인데 사용자 대신 서울시와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연맹) 서울시 버스노조 대표들이 화면을 장식한다.
버스회사 사용자 대표 모습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이유인 즉슨 버스요금 준공영제 때문이다. 버스가 시민의 발이기 때문에 승객이 적은 지역에도 운행돼야 하고 그러다보면 적자보전이 필수다. 이 적자보전을 사후정산에서 사전확정제로 협상하는 것인데 쉽지 않다.
이것은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조건부 장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한데서 시작된다. 이렇게 되면 준공영제로 인한 서울시 세금지원액이 8500억원을 상회하는데 여기에 임금의 23~25% 안팎의 600여억원을 추가 운영지원비로 투입해야 한다. 이러한 혈세투입이 무리이며 버스요금인상으로 이어져 시민생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가칭 ‘퇴직연금 준공영제 시스템’을 담자
자동차연맹 조합원 수는 11만5000명이다. 서울시내버스기사 평균연봉 6300만원이고 평균 근속기간도 길어 1인당 평균 퇴직금은 1억원 이상이다. 자동차연맹 조합원 전체가 납부한 퇴직연금 누계액은 11조5000억이 넘는다. 퇴직금을 1억5000만원 정도로 추정하면 무려 17조2500억원 규모다. 계산의 편리를 위해 10조원으로 계상하고 퇴직연금 수익률을 1% 상향되면 1000억원, 지난해 국민연금 투자수익률 15%의 절반인 8%로 가정하면 무려 8000억원이 나온다.
최근 언론광고에서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기관마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우리가 최고’라는 문구를 자주 접한다. 이렇게 훌륭한 금융기관들에게 버스 노사가 임금협상을 하면서 대립만 할 것이 아니라 가칭 ‘퇴직연금 준공영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퇴직연금 규약’을 노사가 합심해 퇴직연금사업자와 협상하면 어떨까.
국민연금수익률의 반만 실현해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상에서 근로자들이 20년 동안 쌓아올린 자신들의 자산으로 난해한 버스임금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면 시민혈세 과다투입을 막고 공공성을 크게 높이며 준공영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수수료만 꼬박 연간 2조원 가까이 받아간다는 불만도 해소하고 근로자행복과 국민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글자그대로 고객이익 극대화에 시민혈세도 줄이는 국민경제 1등 공신, 버스노조 임금협상의 새로운 돌파구로 생각해보자. 만약 퇴직연금 수익률이 국민연금 작년 수익률 15% 정도 달성하게 되면 버스노사는 매년 웃으며 임금협상하고 버스준공영제는 한층 새로운 서비스로 시민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바로 여기서 가장 주목할 대목이 퇴직연금규약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3조와 제19조, 동 시행령 제4조와 제10조, 동 시행규칙 제2조와 제3조 등에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얻거나 의견을 들어 다음 각호의 사항을 포함한 ~~퇴직연금규약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임금협상의 새로운 지렛대로 활용
그런데 많은 기업과 근로자대표들이 금융기관들로 구성된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작성·제시한 퇴직연금규약을 모두 통일된 내용으로 알고 각 기업의 특성과 근로자의 임금·근로조건 등을 퇴직연금규약에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부터라도 퇴직연금규약은 각 기업 임금협상 내용을 깊이 살펴 근로자 요구조건을 최대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노조만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역할이다. 규약 작성과 개정을 통해 퇴직연금사업자들 스스로 노래하듯 경쟁하며 외친 것처럼 최고의 수익률을 실현하는 금융기관임을 증명하도록 하게 하자. 이것은 20년 동안 금융기관 주도의 퇴직연금수익률에서 장기우량고객인 근로자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고객으로서 그나마 대접받는 길이 열리는 변곡점이다
노사가 대결한다는 기존의 임금협상 공식을 노사합심으로 퇴직연금규약 내용을 집중 연구해 임금협상의 새로운 돌파구로 시도해보자. 근로자들과 노조가 사용자의 재정·회계담당자들에게 일임한 것처럼 인식됐던 당연한 권리를 정당하게 사용하며 노후 안정수익과 초고령사회를 극복하는 확실한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이 퇴직연금제도다. 버스준공영제 장점보다 더 좋은 퇴직연금규약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연금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