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기주 스마트파워 의장
“분산에너지 시대, 건물 속 숨은 에너지를 캔다”
우리가 몰랐을 뿐 관점만 달리하면 새로운 길 열려 … “K-에너지 기술로 전력 확보에 전기요금 절감까지”
“분산에너지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당장 전력을 충분히 확충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아요. 발상을 전환하면 숨겨진 에너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루에 상당 시간을 보내는 건물만 해도 추가 에너지 발굴이 가능해요. 우리가 몰랐을 뿐이죠.“
22일 경기도 김포 대곶면에서 만난 박기주 스마트파워 의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박 의장은 “건물에서 숨은 에너지를 캐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스마트파워는 약 36년간 전력분야에서 제조 및 연구개발(누적 특허 1500개)을 전문으로 해왔다. ‘태양광발전용 균등전압 추종형 고출력 옵티마 탑재기술’로 산업통상자원부 신제품(NEP) 신기술(NET) 인증 등을 받았다. 또한 ‘중소기업 기술·경영 혁신대전’에서 기술혁신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태양광발전용 균등전압 추종형 고출력 옵티마 탑재기술’의 경우 건물 태양광이나 일사량이 적고 그늘이 져서 효율이 떨어지는 곳 등에 적용해 출력을 높일 수 있다.
남다른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꾸준히 연구개발을 한 전략이 제대로 빛을 발한 셈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건물 속 숨은 에너지에 눈을 돌렸다.
“지난해 6월 14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됐어요. 하지만 당장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당장 새롭게 뭘 만들기 보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어요. 건물마다 비상용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설비를 한국전력에서 공급하는 상시 전력과 연동해 활용하면 추가 대형 발전설비를 짓지 않고도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어요. 분산에너지 시설이 우리 삶 속에 다양하게 있었는데 활용하지 않았을 뿐이죠.”
이날 박 의장은 이른바 ‘K-에너지’ 기술을 선보였다. 사업장의 전력 사용량이 많아지면 자동으로 비상발전기가 돌아가서 가장 비싼 전기요금(피크요금)을 30% 정도 줄여주는 기술(GEMS)이다. 또한 수요관리(DR) 자원으로 등록해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잠자고 있는 건물 비상발전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전기요금도 줄이고 에너지 안보 문제도 해결하자는 전략이다.
비상발전기는 상용전원의 공급이 정지됐을 때 비상전원을 필요로 하는 중요 기계·설비 등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건물용 전력 공급 발전장치다.
“비상발전기를 작동하면 디젤 특성상 환경오염 우려가 있어요.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일이 시급한데, 친환경에 역행하는 일을 할 수는 없잖아요. K-에너지에는 자동 바이패스 밸브가 탑재된 매연저감장치도 포함됐습니다. 비상발전기에는 매연저감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없는데 그 부분까지 신경을 쓴 거죠. 자동 바이패스 밸브는 반복 사용이 가능하고 소음도 적어요. 1년 7개월 정도면 투자비도 대부분 회수 가능합니다.”
비상발전기는 말 그대로 비상시 소방용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설이다. 실제 비상 상황이 아닌데 활용하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의장은 이렇게 답했다.
“평상시에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활용하자는 겁니다. 오히려 관리가 제대로 되는 측면도 있어요. 비상발전기는 건물 규모와 용도에 따라 일정 시간 점검가동을 하는데, 이때 무부하운전(자동차 공회전처럼 외부로 전기를 공급하지 않고 가동상태를 점검운전) 상태로 실시하기 때문에 실제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본 목적을 없애면서까지 기술을 적용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박 의장은 이미 이 기술을 적용한 사례들이 있다고 내세웠다. 일본 산토리사와 롯데제과 영등포공장 경북 고령군 청사 등이다
“경북 고령군에서 유휴 비상발전기를 활용해서 전기 공공요금을 절감(약 1억8000만원)한 사례로 ‘2023년 대한민국 지방재정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어요. 당시 고령군에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활용 시 연간 공공요금 172억원을 절감 가능하다는 수치도 제시했죠.”
박 의장은 민간 영역에서도 많은 이들이 활용하는 기술이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렇다고 해결하지 못할 일도 아니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하지만 늘 똑같은 길을 가는 건 흥미가 없어요. 더 큰 가치 에 중점을 두고 관리 주체 영역 간의 이해를 높이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적 사고방식과 역발상 정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포=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분산에너지 = 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간·지역 또는 인근 지역에서 공급하거나 생산하는 에너지다. 우리나라는 대규모 발전설비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변전·송전 설비 등을 통해 각 지역으로 보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른바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 체제다. 대규모 발전소와 장거리 송전망 건설을 통한 공급 체계는 낮은 주민 수용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보상 등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지역 주도형 에너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