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 칼럼
작은 불 대응도 첨단 정보시스템이 필요하다
불과 며칠 새 무려 5500만 그루의 나무와 31명의 인명을 앗아간 경북 지역 화마는 무서웠다. 서울 면적의 무려 80%를 초토화시켰다. 대피체계가 참담하게 실패했다. 디지털 시대에 산불대응 정보시스템은 고사하고 전근대적으로 방문 연락만 가능했다. 말로만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온갖 화려한 단어를 외쳐대면 무슨 실효가 있나. 사물인터넷이란 정작 이런 재난현장에 써야 맞는 것이다.
산림 수목관리도 수작업에 의존한다. 수도권조차도 엉망이다. 유럽에서는 가로수에도 수목마다 반도체 칩을 심어 전광판으로 실시간 관리한다. 우리는 어떤가. 나무 밑 뿌리 가까이 구석에 쇠 번호표를 못질해 놓은 자국을 봤을 것이다. 볼 때마다 아프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작은 빨라도 생각의 속도가 느린 한국 사회의 결정적 단면이다.
경북지역 산불진화에 투입된 군 병력은 7000여명, 헬기는 290여대다. 초대형 군 수송기도 동원돼 한번에 최대 5t의 물을 뿌렸다. 이래봤자 이건 산불 사후 대비 차원이다. 사전 대비는 전무했다. 상황 전파를 위한 비상연락망이나 유사시를 위한 대피체계도 전혀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마을 이장이나 주민이 일일이 이웃을 돌며 인기척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영양군에선 이장 부부가 이웃을 찾으려 노력하던 중 그만 대피소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화마에 참변을 당한 일도 있었다.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
스타링크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공중 인터넷 서비스다. 통상 지상 혹은 지하에 인터넷 케이블이 깔려 있고 해저로도 깔려 있다. 미국은 공중(위성)으로도 깔려 있다. 이 기술이 우크라이나에도 무상 군사지원된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종전 협상 전략으로 스타링크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을 활용할 수는 없었을까.
디지털 시대에 산불대응 체계 '전근대식'
우리는 여러 참사를 겪으면서 교통이나 도심 재난에는 대응체계를 제법 구축했다. 그러나 농촌 산촌 인구저밀지역에서 재난에 맞서는 대비가 무심했다. 안동에서는 재난문자에 대피장소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까지 있었다. 구형 폰을 쓰는 고령자 중엔 재난문자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미국은 다르다. 서부 오클랜드 시에서는 연기 냄새를 감지하는 고성능 센서를 2년전부터 산에 설치했다.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가스를 즉각 감지함으로써 냄새 데이터와 풍속 정보를 종합 분석해 발화지점과 화재규모를 단 1분만에 정확히 예측해낸다. 이런 위기를 기회로 이겨낼 방도는 과연 없을까. 분명 있을 것이라고 본다. 수목을 새로 심을 때 생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안달루시아 지방 여행 경험담이다. 서울 크기의 100배가 넘는 그 넓은 지역에 산마다 올리브 나무 천지였다. 운전대를 2시간 여 잡고 시속 100km로 달리는 동안 다른 수종은 보이질 않았다. 올리브는 65% 정도 지중해 지역에서 재배한다. 스페인이 그중 53% 가까이 차지한다. 올리브 글로벌 시장은 연 20조원 상당이므로 스페인 몫이 연 10조원이다. 온난화농업대응연구소에 의하면 추위에 강한 올리브 수종을 쓰면 제주나 남해 지방에서 재배 가능하다고 한다. 월동에 견딜 5개 수종을 이미 발굴했다. 실제로 노지재배에도 성공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난 80년간 3℃나 올랐다. 2100년엔 지중해성 작물도 한국에서 재배가능하다는 뜻이다.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봐야 한다. 후대를 위해 충분히 가치가 있을 일이다. 이번 피해는 5000만 그루 이상을 태워 버렸다. 전부가 아니더라도 일부에 대해서는 해봐야 한다.
경북산불을 보면서 씁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산불유발 처벌수위가 허술하다. 이번 피해는 얼마전 LA산불 피해의 2배 규모다. LA산불 피해액은 수백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선진국에선 피해규모가 25만달러 즉 한화로 3억원 정도면 중형에 처한다. 국내 산의 2/3이 개인소유라 하니 산불예방에 소유주 책임도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올봄 눈이 많아 산불은 없을 것이라는 뉴스를 여러 번 봤다. 그런 게 방심을 자초했다. 셋째, 그럼에도 방심의 압권은 정치권이다. 탄핵과 헌법재판소 판결에 집중돼 산불에 신경이나 썼던가. 무려 30곳에서 동시에 산불이 났으니 정치권이 자초한 산불재난이다.
넷째, 종일 고생한 소방관에게 1회용 컵 미역국 하나 주었다는 소식도 있다. 정쟁여파로 산불대응 예산까지 대폭삭감된 탓이다. 화재진압 직후 삭감원인을 놓고도 여야가 책임공방을 벌였다. 삭감 유발자를 가려내어 꼭 책임을 물어야 할 중대사안이다.
기술이 있는데도 안 쓰면 큰 죄 짓는 일
산불에 국한된 사안만은 아니다. 주택이나 공장화재에도 화재 발생 단 수초내 대응하는 안전사고 예방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사물인터넷은 인간에게만 편리에만 적용하는 게 아니다, 동식물 전부 대상이다. 그래서 만물인터넷으로 칭하기도 한다. 기술이 있는데도 안 쓰면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