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칼럼
고령층 자영업자 문제 풀면 한국경제가 산다
지난 4월 한국은행은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 기준)이 작년 4분기에 비해 –0.24%라고 발표했다. 2월에 제시했던 공식 전망치는 +0.2%였기에 놀라움을 불러 일으켰다. 1998년의 아시아 외환위기, 2009년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의 코로나19 유행과 같은 외부적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이와 같은 마이너스 성장은 특이한 일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전쟁의 영향이 아직 뚜렷이 나타나기 이전이기에 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석하기도 무리가 있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는 0.3%p였는데, 내수의 기여도는 –0.6%p에 달했다. 결국 내수부진이 원인이다. 작년 12월의 비상계엄으로 인한 소비위축을 원인으로 보아 내수부진이 1분기에 바닥을 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제시되었지만, 이와 같은 일시적 요인 이상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마침 내수침체가 개선되지 않고 고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보고서(한국은행 ‘늘어나는 고령 자영업자, 그 이유와 대응방안’, 2025.5.15.)가 나왔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1964~1974년 사이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2024년부터 이후 10년에 걸쳐 차례로 법정 은퇴연령인 60세에 다다르게 된다는 점이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수는 954만명에 이른다. 보고서는 “60살 이상 고령 자영업자 수가 계속해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2000~2014년 중 자영업자 비중은 연평균 0.4%p 감소했는데, 2015~2024년 사이에는 그 절반인 연평균 0.23%p로 감소폭이 크게 줄어 들었다. 보고서에서는 그 원인을 705만명에 이르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63년생)의 은퇴 시기가 2015년께 시작된 것과 맞물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세대는 2023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은퇴연령에 이르렀다.
내수침체 원인은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
고령층이 재취업하는 경우 자영업에 진입하게 되는 동기에 관한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되었는데 첫째로 노후대비가 부족해서 생계를 위해 장시간 노동하는 유형이 고령 재취업 자영업자의 46%를 차지한다. 이 유형의 월평균 연금수령액은 79만원이고 주당 노동시간은 46시간이다. 두번째로 연금소득이 높으면서도 장시간 일하는 유형이 24%이다(자아실현이나 더 많은 소득의 추구형). 세번째로 연금소득이 높고 적게 일하는 유형은 17%이다. 네번째로 연금소득이 고연금수령자의 25~28%에 그치면서도 노동시간은 가장 짧은 유형으로 13%를 차지한다.
두번째와 세번째 유형은 학력 수준이 높으면서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은데, 한국경제의 취약요인과는 별 관련이 없는 자발적 전원생활자 유형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의 구조적 내수부진 문제, 그리고 나아가 가계부채 문제로 연결되는 계층은 첫번째 유형과 네번째 유형인데 그 비중이 합해서 59%에 이른다. 고령층 자영업자는 주로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에 진입해서 과도한 경쟁에 몰리고 다른 연령대에 비해 수익성이 낮으며 부채비율은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농림어업 부문을 제외하고 증가한 고령 자영업자는 47만명인데, 그중 29만명이 전문 기술과 지식이 별달리 요구되지 않는 운수창고·숙박음식·도소매·건설업에서 늘어났다. 이른바 생계형 취약업종들에 몰려있는 셈이다. 높은 자영업의 비중이 한국경제의 위험요인일 수 있다고 할 때 정책 대상이 되어야 하는 유형들이다. 네번째 유형을 고용정책의 대상이 아닌 복지정책의 대상으로 판단하여 분석에서 제외했는데 그렇다면 나머지 46%가 적극적인 고용정책의 대상이다.
필자가 십여 년 전 소상공인 문제를 연구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생계형 자영업에 관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취약업종에 속한 생계형 자영업자의 5년 생존율이 20%가 되지 않았다. 50대 중후반에 비자발적으로 은퇴해서 우선 퇴직금에 의존한 1차 창업으로 5년 내 10명중 8명(이상)이 폐업한다. 다시 사업용 주택담보대출로 2차 창업에 나서 다시 5년 내 80% 이상 폐업하고 마지막으로 주변 친지 등의 도움으로 마지막 ‘영끌’ 창업에 나선다. 그리고는 재기불능상태에 이른다.
자영업자 정책 큰 밑그림 그리길
당시 차라리 퇴직금이라도 지켜 줄 정책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그 한가지 방안으로 생계형 자영업 창업시 대출 금융기관이 단순한 대출보다는 지분투자형으로 참여해 성공시 성과와 실패시 책임을 공유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출 금융기관은 창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생존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컨설팅에 나설 유인이 생긴다.
마침 새 정부의 공약에 소상공인에 대한 빚 탕감을 포함할 정도로 적극적인 ‘민생’회복 의지가 담겼으니 일회성 탕감이나 또 다른 빚늘리기에 그칠 일이 아니라 이번에야 말로 과거와 달리 자영업자 정책에 대한 큰 밑그림 그리기를 희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