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 칼럼

청년들이 역동적으로 뛰는 사회

2025-06-09 13:00:04 게재

6월, 초록이 짙어가는 역동의 계절인데 무력감에 빠져 지내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대학을 졸업하며 수 없이 쓴 이력서와 탈락 통보, 반복된 단기 알바와 경력 단절 속에서 ‘노오력’만으로 안 된다며 좌절한다. 이른바 ‘쉬는 청년’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15~29세 젊은이 중 ‘쉬고 있다’고 응답한 청년은 50만4000명으로 사상 처음 50만명을 넘어섰다.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다. 이들은 고용통계 조사에서 취업이나 진학 준비 없이 ‘그냥 쉰다’고 답한 비경제활동인구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채 쉬고 있는 상태로 나름 구직활동을 했음에도 취업하지 못한 실업자와 구분된다.

2월 청년 실업자는 26만9000명에 청년실업률은 7.0%였다. 하지만 ‘쉬었음’ 청년이 그 두 배에 이르니 체감 청년실업률은 두자릿수로 껑충 뛴다. 더구나 이들 청년의 쉬는 기간은 평균 22.7개월이고, 77.2%는 쉬는 상태를 불안하게 느낀다(한국고용정보원 조사). 쉬는 기간도 평균이 이렇지 4년 이상 쉬는 청년도 약 11%다.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기대는 약해지고, ‘힘든 시간, 구직 의욕을 잃게 만든 시간’이란 체념이 똬리를 튼다.

쉬는 청년 50만명…대한민국 시들어간다

이들도 세월의 나이를 피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30대로 접어든다. 2월 30대 ‘쉬었음’ 인구도 31만6000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취업 무기력증이 30대로 번지면서 2030 청년층 전체로 경제활동 이탈 그림자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괜찮은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층에 무기력증이 확산하는 현상은 21대 대선 투표결과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정치권의 갈라치기 선거전략 탓도 있겠지만,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표심이 연령대별로 갈렸다.

4050세대 2/3 이상이 이재명 대통령을 선택한 반면 2030세대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표심이 변수로 작용했다. 20대 유권자의 24.3%, 30대는 17.7%가 이준석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남성의 37.2%는 이준석 후보를 선택했다고 응답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신경 쓰일 게다.

중소기업의 구인난도 덜어줄 겸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 ‘지방 중소·중견기업에 눈을 돌리라’고 권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님은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로 입증된다. 2010년대 일자리 분포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8년을 기점으로 청년 취업자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했다. 경남 지역 조선업 등 비수도권 제조업 침체와 수도권 지식기반산업 부상의 영향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취업자 수의 차이가 비수도권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구한 격차 비율이 2020년 31.7%까지 확대됐다.

청년 일자리가 수도권 지식기반산업과 대면 서비스업으로 집중되면서 이 부문 취업자를 중심으로 쉬는 청년이 증가했다. 청년층의 평균임금도 수도권이 더 높았다. 특히 2016년 이후 약 7% 이상의 임금격차가 발생했다. 수도권과 지역 간 청년 일자리 격차가 ‘쉬었음 증가’로 연결됐다는 결론이다.

몇 가지 답이 보인다. 결론에서 보듯 지식정보화 시대에 맞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이 요구된다. 사회 병폐를 근원적으로 뜯어고쳐야지 ‘청년정책’으로 포장한 단편적인 땜질 정책으론 한계가 있다. 2010년대부터 반값 등록금을 비롯해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 구직 준비 비용 및 전월세 보증금 일부 지원 등의 대책들이 나왔지만 청년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청년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강요하지 말고, 그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제를 혁신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역대 정부는 물론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각종 규제부터 당국이 허용해야 기업이 할 수 있는 포지티브(사전적) 방식에서 특별히 금지하는 일을 빼고는 모두 할 수 있는 네거티브(사후적) 방식으로 확실히 바꿔야 한다.

기성세대에 큰 혜택이 돌아가는 무차별 정년연장 논의와 연공서열 중심 호봉제,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등의 노동시장 경직과 이중구조 개선도 시급하다. 주요국들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데 우리는 의대 광풍에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멍들어가는 교육제도와 인력 양성 시스템도 손질해야 한다.

청년 눈높이 맞는 일자리 더 만들어야

이재명 대통령의 1호 행정명령으로 경제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되고 취임 첫날 첫 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했다. 여기서 논의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의 내수부양책은 임시방편이다. 국민주권정부로 명명한 새 정부의 성과는 결국 일자리 증가로 입증해야 한다.

6월, 장미의 계절이다. 일제 강점기에 소설가 겸 언론인 민태원은 피 끓는 정열과 원대한 이상, 건강한 육체를 들어 청춘을 찬미·격려하는 수필 ‘청춘예찬’을 썼다. 이 땅에 다시 청춘예찬을 울려 퍼지게 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은둔형 삶을 방치하지 않는 것은 정치권과 기성세대의 책무다.

가천대 겸임교수

경제저널리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