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참패 뒤 나온 ‘김용태 개혁안’, ‘친윤 벽’ 넘을까

2025-06-09 13:00:03 게재

대선후보 교체 규명·9월 전대·탄핵반대 당론 무효화 추진

친윤 독주에 뒤늦게 ‘제동’ … 9일 오후 의원총회 격론 예고

6.3 대선 패배에 직면한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뒤늦게 5대 개혁안을 내놓았다. 대선 전에 풀었어야할 숙제를 대선 참패 뒤에 꺼내놓은 것이다. 때를 놓쳤다는 아쉬움과 함께 친윤의 심기를 거스르는 내용의 개혁안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수적 우위인 친윤이 수용하지 않으면 개혁안은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제1야당 국민의힘의 개혁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발언하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현안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김 비대위원장은 8일 △9월 초까지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부당교체 과정 진상규명, 합당한 책임 부과 △국회 당론투표 사안에 관해 원내외 당협위원회와 여론조사 반영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의 경우 ‘예외 없는 100% 상향식 공천’ 실시를 내걸었다.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와 ‘대선후보 부당교체 과정 진상규명’은 때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대선 전에 성사됐어야 할 일인데, 대선 패배 이후에나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 발 늦은 개혁안이 직면한 진짜 문제는 친윤이란 장벽이다. 친윤은 △전당대회보다는 비대위 연장 △탄핵반대 당론 유지 △대선후보 교체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친윤은 당장 전당대회를 열면 ‘한동훈 대세론’을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분간 비대위를 유지했다가 내년 이후 전당대회를 열기는 바란다. 친윤 핵심 윤상현 의원은 지난 2일 김 비대위원장의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 언급을 겨냥해 “당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자기부정이자 혼란과 분열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친윤이 가장 거세게 반대할 것으로 점쳐지는 개혁안은 대선후보 교체 진상규명으로 예상된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은 8일 “처음부터 ‘부당’ 단일화로 규정한 것은 앞으로 있을 진상규명 절차의 중립성을 의심케하는 매우 잘못된 표현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친윤이 주도한 후보단일화(교체) 시도에 ‘윤심’(윤석열 마음)이 작동했다는 의심이 여전하다. 윤 전 대통령이 낙점한 한덕수 전 총리를 최종후보로 추대하기 위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와 친윤 핵심부가 앞장서 김문수를 후보로 만들고, 이후 교체까지 시도했다는 것이다. 김문수 캠프에 친윤 의원들이 대거 몰려가 경선을 도운 뒤,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압박한 장면이 근거로 꼽힌다. 국민의힘 경선이 실시되기 훨씬 전부터 친윤 핵심인사 입에서 ‘한덕수 추대론’이 흘러나온 것도 숨은 시나리오가 있었음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친한(한동훈)에서는 김 비대위원장의 개혁안이 국민의힘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모습이다. 어설픈 봉합으로는 ‘만년 야당’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엿보인다. 이 때문에 친한에서는 김 비대위원장 개혁안이 제대로 실천되도록 힘을 싣겠다는 분위기다.

우선 이달 말로 끝나는 김 비대위원장 임기를 9월 초까지 연장시킬 필요성이 제기된다. 9일 오후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친한과 친윤이 김 비대위원장 임기를 놓고 입씨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의원은 9일 오전 SNS를 통해 김 비대위원장을 향해 “본인의 거취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9월 전당대회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사퇴 시점은 명확히 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장 구상대로 9월 초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한 전 대표의 출마가 유력시된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한 전 대표는 9월 초 전당대회에 나가면 승산이 높다는 전망이다. 친윤에서는 ‘한동훈 당권행’을 저지하기 위해 김문수나 안철수 등을 앞세워 승부를 겨룰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