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가열되는 지구와 프로야구

2025-06-10 13:00:02 게재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됐다. 2024년 프로야구는 첫 1000만 관중 시대를 넘어섰다. 완벽한 투수로 이루어지는 투수전, 화끈한 홈런으로 펼처지는 타격전 모두 야구의 재미요소다.

야구는 통계와 확률의 게임이다. 특히 조건부 확률 게임이다. 타자의 공격능력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타율은 보통 3할을 넘으면 훌륭한 타자라고 본다. 하지만 타율 3할은 10번 중에 3번만 안타를 친다는 의미다. 1루타를 기준으로 보자면 안타를 연속 3번은 쳐야 1점이 나올 가능성이 생기지만 안타를 연속으로 3번 칠 확률은 3할타자(10중에 3번이 안타) 3명이라도 0.3x0.3x03=0.027, 즉 2푼7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야구감독은 점수를 내기 위해 매순간 확률게임(작전)을 해야 한다.

이러한 확률게임인 야구에 날씨도 영향을 미친다. 비로 인한 경기 취소는 경기의 흐름을 바꾼다. 기온이 높으면 홈런이 많아진다. 기온상승은 공기밀도를 줄이는데(샤를의 법칙), 공기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받는 마찰력은 공기밀도 감소와 함께 줄어든다. 같은 힘으로 야구공을 때려도 더 멀리 가는 이유다. 기온이 올라가면 타자들이 힘을 낸다는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가열 시대에는 홈런이나 안타 증가로 보다 박진감 넘치거나 점수가 너무 많이 나서 지루한 경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기 재미에 관한 것만 바뀌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에 위기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프로야구를 아예 하지도 보지도 못할 수도 있다.

프로야구, 확률의 게임과 기후위기

2024년 발생한 역대 최악의 폭염이 프로야구에 미친 악영향을 기억할 것이다. 관중석과 덕아웃은 사막기온이 되어 관중도 선수도 온열질환을 호소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 중에서 제2실무그룹의 기후적응 보고서는 기후가열은 우리 사회 곳곳에 리스크를 증가시킨다고 말한다. 세계은행은 우리가 조치를 10년 미루면 비용은 2배가 된다고 보고했고, 국제에너지기구는 기후재난을 막기 위해 쓴 1만원으로 6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당장 기후적응 대책이 필요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라는 것이다. 극한 기상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서 돔구장을 짓고, 쿨링 브레이크나 냉방시설 설치로 대비할 수 있고, 공의 비거리 증가는 공의 탄성을 조정해 대응할 수 있지만 기후 리스크 범위는 훨씬 더 광범위하다.

연구들은 따뜻한 기간이 늘어날수록 더 어린 나이에, 더 자주 토미존 수술(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는다고 보고하면서 기후 관련성을 언급한다. 기온상승이 단기적 운동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근육과 인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화가 날 때 열 받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기온이 오르면 프로야구에서 보복성 빈볼이 크게 증가하고 그로 인한 부상자가 증가한다. 기온상승으로 인한 대기오염 악화, 강풍으로 인한 시설 파괴, 대형산불 발생으로 인한 경기중단 사례는 이미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IPCC 보고서는 3개 실무그룹의 보고서로 이루어져있다.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가열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그 원인은 우리가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임을 말하고 있다. 제2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가열로 우리 사회 곳곳에 발생하는 피해의 종류와 대응의 필요성을 말한다. 제3실무그룹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원의 종류와 탄소중립 방법과 비용을 언급한다.

유엔에서 2018년 제정된 ‘스포츠 기후행동 협정’은 스포츠 관련 단체의 탄소중립을 위한 역할을 돕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미국프로농구(NBA) 프리미어리그(EPL) 등의 국제 스포츠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 협정에 가입했으며, 프로야구에서는 야구 배트 재활용, 경기시간 단축,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포츠가 탄소중립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

미국 프로야구는 비행기 사용을 줄이기 위한 일정 조율, 재생에너지 사용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아직 스포츠 관련 단체의 탄소중립 노력은 부족한 편이다. 선수와 관중을 보호하는 기후 리스크 대응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탄소중립 지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은 우리 모두를 위해 반드시 실행되어야만 한다. 다만 이는 그 성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재생에너지 사용, 대중교통 장려, 각종 교육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폭염과 폭우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질 돔구장은, 냉방과 실내 환기시설 사용 증가 등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잘못하면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보내 기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다. 우리가 보고 싶은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에서도 기후적응과 탄소중립 노력을 해야하는 이유다.

홍진규 연세대 교수 대기과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