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미래 인구환경 변화와 국방혁신

2025-06-10 13:00:02 게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60년 6.0에서 2005년 1.08명, 2020년 0.84명, 2024년 0.75명으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고 전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초저출생에 따른 인구감소 현상이 국방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고 심대하다.

우리 군은 50만명 규모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중 30만명은 병(兵)으로, 20만명은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로 구성되어 있다. 육군 기준 18개월의 복무기간을 고려할 때 30만명의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20만명의 입대 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의 충원 가능성은 이미 붕괴되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23만명이다. 이들이 입대할 2040년대가 되면 가용 병역자원(남성)은 11만5000명 수준이다. 신체·정신적 사유에 따른 복무 부적격자, 대체복무자, 그리고 간부(장교·부사관) 지원자를 제외하면 실제 징집 가능 인원은 10만명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연간 입대 인원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로서 2040년대에 유지 가능한 징집병의 규모는 현재의 절반 수준인 15만명으로 급감하게 된다. 병력감축은 더 이상 선택이나 논쟁의 대상이 아닌, 정해진 미래이자 냉혹한 현실이다.

병력감축, 정해진 미래이자 냉혹한 현실

병역자원의 고갈은 단순히 인력확보의 어려움을 넘어 국방기획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전통적인 국방정책 수립은 ‘안보위협 분석 → 군사전략 수립 → 소요전력 및 부대구조 설계 → 병력 소요 결정’이라는 순차적 절차를 따랐다. 이 체계에서 병력은 전략과 전력구조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종속변수(dependent variable)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인구절벽이라는 거대한 제약 조건 하에서 이와 같은 접근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가용 병력의 규모가 국방기획의 독립변수(independent variable)이자 상수(constant)가 되어 부대구조와 전력구조의 혁신을 견인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병력 유지 방식을 변경하는 차원을 넘어, 국방기획 패러다임 자체를 역진적으로 재설계해야 함을 의미한다.

예컨대 한국군의 부대구조, 특히 육군의 편제는 냉전시대의 대규모 지상전을 상정한 사단 중심 체계의 속성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병력 감소와 전장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대규모 편성 방식과 지휘 계층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있다.

육군의 사단 중심 편제는 많은 인력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병역자원 감소로 인해 사단과 여단 단위 부대의 전력 유지에 큰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기존의 군단 및 사단 중심 편제는 병력 60만명 이상을 전제로 설계된 구조로 병력이 50만명 이하로 감소한 현재의 여건에서는 과도한 지휘계층과 충원율 저하로 전력 공백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각 군 간에 중복되는 지원 기능과 경직된 지휘체계는 한정된 자원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핵심요인이다. 국지 도발, 사이버전, 테러 대응 등 다변화된 위협과 임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거대하고 둔한 조직에서 벗어나 임무 중심의 모듈형 부대 편성과 유연하고 통합적인 지휘 체계로의 과감한 전환이 시급하다.

국방시스템 근본적 개혁 추진해야

‘20년 뒤 입대 장병 절반’이라는 위기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국방 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현재의 과제다. 병역자원의 급격한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므로, 이를 전제로 군 구조와 운영체계를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단순히 병력을 감축하는 소극적 대응을 넘어 감축된 인력으로도 더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력 및 부대 구조를 최적화하고, 국방 운영 전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선택과 집중’의 국방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구감소의 위기가 국방혁신의 새로운 기회라는 인식의 전환, 주도면밀한 준비, 실질적 변화를 수반하는 혁신적인 실행이 필요하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안보통일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