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

어떤 강남 금수저 이야기

2025-06-10 13:00:02 게재

“노무현, 문재인 정권 등 민주당 집권 때마다 집값은 폭등했다. 이재명 정권 때도 그럴 거다.” 부동산업계 및 강남에 광범위하게 퍼진 얘기다.

실제로 부동산원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당선직후 조사결과 서울 아파트값은 18주 연속 상승하고 상승폭도 커졌다. 이 대통령의 당선은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었고, 그 시점부터 서울아파트값이 상승하기 시작한 셈이다.

한국은행은 대선 직후 보고서를 통해 한국 가계와 기업 등의 민간부채가 1990년대 일본 경제의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023년 기준 207.4%로,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최고 수준이던 1994년의 214.2%에 근접했다. 특히 민간부채에서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버블 붕괴 직전의 일본(32%)보다 훨씬 높았다. 부동산 업종에 대한 대출 집중도 역시 한국이 일본 버블 경제 시기의 3배에 달했다.

실제 부동산 관련 민간부채는 최근 10년간 해마다 100조원 이상 늘어 지난해 말 1932조원을 넘어섰고, 계속 급증세를 보여 2000조원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공사석에서 여러 차례 드러냈다. 강남발 아파트값 급등이 빈부 양극화의 주범으로, 이를 방치했다간 과거 노무현, 문재인정부처럼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최고 버블 시기에 근접한 민간부채

이 대통령은 대선운동 막판인 지난달 29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이 지금처럼 버블을 향해 가면 위험하다”며 주식시장 살리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과거 민주당 정권 때 세금을 통한 거품 빼기가 실패한 만큼 시중의 돈이 부동산이 아닌 증시와 혁신기업으로 쏠리도록 돈의 흐름을 돌려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같은 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낮춘 뒤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은 불가피하지만 부동산시장을 자극하는 정책은 피해야 한다며 금리인하가 부동산거품 버블을 더 부풀리지 않을까 크게 걱정했다.

하지만 딜레마가 있다. 부동산경기 회복 없이는 내수, 고용 등의 만성적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후 피부에 와닿는 신속한 민생경기 회복을 연일 독촉하고 있다. 이러다가 자칫 빠른 경기부양을 위해 집값 급등을 눈감아주려 한다는 인상을 동물같은 후각의 시장에 주면 이미 임계치를 크게 넘어선 강남 등의 집값은 통제불능 상태로 폭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시장은 ‘노무현-문재인 시대의 재림’을 기대하며 들뜬 분위기다.

얼마 전 강남의 유력가는 아들에게 단독주택 한채를 사줬단다. 사진을 전공한 아들이 결혼을 해 자식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량처럼 지내는 걸 보고 분통 터져 강남에 집을 사주며 스튜디오를 차리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70여평 규모의 단독주택 값이 무려 130억원이라고 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니 알아서 하라”고 호통을 쳤단다. 아들은 “알았다”고 했단다.

“강남 금수저의 공통점은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고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강남 금수저들을 많이 접한 한 인사의 전언이다. 그는 "물론 개중에는 목표한 성공을 향해 악착같은 금수저들도 있으나 그 숫자는 많지 않다. 대다수는 낙관적이고 현재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백수십억짜리 집을 사주는 부모가 있으면 그럴 만하다.

그러나 대다수 청년은 그렇지 못하다.‘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과거의 축재 방식을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이라고 냉소한다. 현실 세계에선 그런 식으로 성공하는 이들을 거의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100억원대 집을 사줄 강남 금수저 같은 부모도 없다. 그러다 보니 주식 코인 등 일확천금을 꿈꾼다. 1000만명을 크게 뛰어넘는 이들이 앞다퉈 주식과 코인에 뛰어들고 있다. ‘빚투’로 집도 산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많은 이들이 투자 실패에 신음하고 있다.

이재명정부, 긴장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

더 큰 걱정은 이미 한국의 자산거품이 폭발 임계치를 넘었다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똘똘한 한채’라는 아파트 신화가 과연 지속가능한 그림일까.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잃어버린 30년’의 늪에 빠진 일본보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상황은 더 심각하다. 10대 수출품 가운데 9개는 이미 중국에게 추월당했고 남은 반도체 마저 우월적 지위를 위협 받고 있다. 저출생 초고령화는 전세계 최악이다.

이 대통령도 취임사에 “복합위기에 직면했다”며 "짐작조차 힘들 땀과 눈물, 인내가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재명 시대’ 위정자들이 눈앞 성과에 다급해 하지 말고 끝까지 지켜야 할 초심이다.

뉴스앤뷰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