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버티기’에 김용태호 ‘표류’ 위기
친윤, 김 위원장 사퇴와 5대 개혁안 철회 요구
16일 원내대표 경선서 친윤 당권 재확보 예상
개혁 무산 우려 … 9월 전대로 개혁 과제 넘겨
친윤(윤석열)은 완강했다. 35살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5대 개혁안’을 거부했고, 김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김용태호는 좌초 위기에 내몰렸다. 김 위원장은 “의원들이 쇄신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6.3 대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쇄신이 점점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의원총회에서 친윤 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제시한 ‘5대 개혁안’(△9월 초 전당대회 △대통령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부당교체 과정 진상규명 △국회 당론투표 사안에 관해 원내외 당협위원회와 여론조사 반영 △지방선거에서 ‘예외 없는 100% 상향식 공천’)을 강하게 비판했다. 9월 초 전당대회 정도만 수용 뜻을 밝혔다. 친윤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즉각적인 사퇴도 요구했다. 친윤 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개혁안에 대한 전 당원 투표를 요구했지만, 이마저 거부했다.
친한(한동훈) 의원들이 김 위원장을 거들었지만 “중과부적”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다수를 점한 친윤 뜻대로 지난 달 12일 권영세 위원장 후임으로 지명된 김 위원장은 조만간 물러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위원장이 사퇴하면 ‘5대 개혁안’도 자연스럽게 무산될 운명에 처한다. 친한 의원은 10일 “친윤이 수적 우위만 믿고 당의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친윤은 당원투표에 의해 ‘김문수 교체’가 불발됐던 트라우마 때문인지 (김 위원장이 요구한) 당원투표도 거부했다. 자기들이 다수인 의원총회만 믿는 눈치다. 자기들만의 갈라파고스에 스스로를 가두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친윤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당권 재확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원내대표는 자신이 당 대표 권한대행을 겸직하거나 새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 친윤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긴다면 최소한 9월 초 전당대회까지는 ‘친윤 당권’이 보장되는 것이다. 친윤에서는 송언석(경북 김천) 박대출(경남 진주갑)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이 후보로 거론된다. 전부 영남 출신이다. 비윤에서도 김성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이 거론되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친윤은 당초 예상과 달리 9월 초 전당대회는 수용하는 분위기다. 야권에서는 친윤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비대위 체제를 고집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친윤 의원들은 9월 초 전당대회 개최에 동의했다. 당내에서는 친윤이 김문수 전 대선후보를 전당대회에 내세워 승리를 꾀할 것이란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대선에서 41.15%를 얻은 김 전 후보를 전당대회에 내보내면 한동훈 전 대표를 꺾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계엄→탄핵→대선 패배에 직면한 국민의힘의 쇄신은 9월 초 전당대회란 시험대에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