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24 추자도 올레
먼 바다 섬 추자도, 바닷물 담수화로 가뭄 해결
제주의 섬, 추자도 해역은 일본까지 소문난 어장이다. 하지만 먼 바다의 섬이라 접근이 쉽지 않았다. 추자도에 여행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제주올레 코스가 생기고 난 뒤부터다. 추자도는 상추자, 하추자 두 개의 섬을 함께 부르는 이름인데 두 섬은 다리로 연결되어 하나의 섬이나 다름없다. 추자도에는 제주올레 18-1,2코스가 있는데 백섬백길에서는 56코스로 선정했다.
추자도 올레길은 산과 바다와 다도해 섬들이 어우러진 절경의 연속이다. 추자도는 영광의 칠산 바다와 연평도 바다에서 사라진 참조기의 최대 산란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로운 굴비의 산지가 됐다. 추자굴비가 영광굴비만큼이나 유명하다.
추자올레 묵리 하산길에는 저수지가 하나 있는데 추자도의 제3 수원지다. 저수지는 단 한 방울의 물도 흘려버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이다. 저수지의 모든 바닥을 비닐천으로 방수했다. 물 부족으로 고심했던 섬의 흔적이 눈물겹다. 수원지 밑에는 해수담수화 시설이 들어서 있다. 빗물을 받아 쓰는 저수지의 물이 부족하면 바닷물을 담수로 처리한 뒤 함께 섞어서 공급한다. 추자도에는 모두 4개의 수원지와 해수담수화 시설이 공존한다.
지구의 4분의 3이 물로 덮여 있지만 97%는 바다에 있다. 담수는 3%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2%는 빙산이나 빙하의 상태로 있으니 우리는 지구 전체 물의 1%만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 1%의 물을 사람과 수많은 생물 종들이 고루 나눠야 한다. 다행히도 이 나라에서는 마실 물이 없어 죽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조금 가물기라도 하면 이 땅의 모든 언론매체는 당장 목말라 죽어가는 사람이라도 생긴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그 다음 수순은 이 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고 난리를 치는 일이다. 그러면 토목, 수자원 관련 부처는 기다렸다는 듯이 당장 댐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마치 댐 건설 외에는 치수 정책이 전혀 없는 것처럼 생떼를 쓴다.
그때 가장 많이 ‘애용’되는 게 섬의 물 부족이다. 뭍에서 탱크로 물을 실어다 급수하는 섬마을 자료화면을 수시로 보여주며 위기의식을 부추긴다. 수돗물을 변기에도 쓰고, 자동차 세차에도 펑펑 쓰는 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이 가당키나 한가. 한국의 1인당 물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보다 높다. 독일보다는 두배나 많이 쓴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낭비 국가다. 실상 가뭄이 들어도 뭍에서 물을 실어다 먹어야 하는 섬은 몇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마치 모든 섬들이 마실 물이 없어서 목말라 죽어가는 것처럼 사태를 과장한다.
그 배후에는 댐 건설로 이득을 보게 될 토건 마피아들이 버티고 있다. 추자도가 그랬다. 처음 하나의 상수원 댐을 만들었으나 가뭄이 들자 역시 물이 부족했다. 물 공급이 증가한 만큼 물의 사용량도 늘어난 까닭이다. 그렇게 모두 4개의 댐을 건설해도 여전히 물이 부족하자 해수담수화 시설을 도입했다. 그 후로 물 문제가 해결됐다.
극심한 가뭄이면 늘 바닥을 드러내는 댐 건설은 더이상 해결책이 아니다. 2022~2023년 남도의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던 대형 댐들이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또 다시 곳곳에서 댐 건설이 계획되고 있다. 더 이상의 댐은 무용하다. 지구 수자원의 97%인 바닷물 담수화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추자도가 주는 가르침이다.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