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선호학과 우회로…대학·전형별 명암
무전공 2025 대입 결과 분석 유형1 지원자 쏠려 … 올해 모집 인원 확대 선호도 지속될 듯
2025학년 대입의 특징 중 하나는 무전공(자율전공 선택제) 확대였다. 학과 선택의 자유도가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고 모집 규모 또한 커져 수험생의 관심이 쏠렸다.
한편 무전공 인원 확보를 위해 다른 모집 단위의 모집 인원을 줄이면서 전형별로 3명에서 5명 안팎의 소수 모집 단위가 많이 증가했고 이는 대입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2026학년 대입에선 모집 인원이 전년보다 더 늘어 무전공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모집 방식은 큰 변화가 없어 전년 입시 결과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경쟁률과 합격선 충원율을 토대로 무전공 대입 결과를 확인하고 수험생이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 살펴봤다.

서울 주요 대학 중 무전공(유형 1)을 선발한 대학은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이었다. 2025학년부터 대학과 모집 인원의 규모가 커졌기에 무전공은 대입 지원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됐다.
대학별로 보면 모집 인원의 차이가 컸다. 무전공 모집 인원이 많았던 대학으로는 교과전형에선 경희대(국제) 자유전공학부(187명)와 세종대 자유전공학부(223명), 종합전형에선 건국대 KU자유전공학부(179명), 성균관대 종합전형(탐구형)(114명)이 대표적이다.
정시에서는 국민대 자유전공(300명), 국민대 미래융합전공(자연)(199명), 미래융합전공(인문)(166명), 숙명여대 자유전공학부(303명), 숭실대 자유전공학부(자연)(230명), 이화여대 계열별 통합선발(인문)(174명), 계열별 통합선발(자연)(149명) 등이 많은 인원을 선발했다.
반면 서강대는 교과전형으로 SCIENCE기반자유전공학부와 AI기반자유전공학부를 각 5명, 서울시립대는 교과전형으로 자유전공학부 인문 자연 각 4명씩을 모집해 대학과 전형에 따라 모집 인원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선호 학과 진학 우회 수단으로 활용도 = 2025학년 무전공 모집 단위를 수시 전형별로 보면 논술전형의 경쟁률이 단연 높았다. 경희대 자율전공학부 111.13대1, 한양대 한양인터칼리지학부(인문) 141.13대1, 한양인터칼리지학부(자연) 164.34대1에 달했다.
정시에서도 무전공의 경쟁률이 높았다. 무전공을 신설한 대학은 주로 다군에 배치했다. 정시 가군 나군에서 선발하면 기존 모집 단위의 경쟁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군에서 선발한 고려대 학부대학(일반)(69.56대1), 한양대 한양인터칼리지학부(21.35대1), 서강대 AI기반자유전공학부(22.64대1) 인문학기반자유전공학부(21.85대1)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다군에서 서울 주요 대학 무전공 모집 단위의 경쟁률이 높았는데 이는 중상위권에선 지원 가능 모집 단위가 상대적으로 적은 다군의 특성상 지원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무전공에 대한 높은 관심은 폭넓은 전공 선택권과 늘어난 모집 인원에 기인한다. 모집 인원이 많아 선호도가 높은 학과보다는 합격선이 낮게 형성될 거란 기대감으로 지원하는 비율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대로 최상위 학과의 합격선보다는 낮고 하위 학과의 합격선보다는 높은, 대략 최상위 학과의 50%에서 70%에서 합격선이 형성됐다고 설명한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모집 인원이 많아 합격선이 떨어질 수 있고, 최상위 학과 진학에 성적이 부족한 학생들이 우회 수단으로 무전공에 지원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대학별 지원자층과 전형 방식에 따라 경쟁률과 합격선에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교과전형 합격선, 모집 단위보다 소폭 낮아 = ‘어디가’에 공개한 2025 대입 결과에서 무전공 모집 단위를 비교해봤다. 대학별 교과전형을 보면 경희대 지역균형의 자율전공학부(서울, 40명 모집)는 경쟁률이 11.7대1이었다. 합격자 50% 컷은 1.69등급, 70% 컷은 1.79등급, 합격자 평균은 1.63등급으로 나타났다. 서울캠퍼스에서 합격선이 1.4등급에서 1.5등급으로 높은 빅데이터응용학과(2명) 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부(7명)보다 낮게 형성됐다.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 교사는 “경희대 지역균형은 학생부 교과 및 비교과 70%와 교과종합평가 30%를 반영하고 최저 기준을 적용하며, 무전공은 일반학과와 달리 모든 교과 성적을 반영해 경쟁률이 타 대학보다 높지 않고 합격선도 예상만큼 낮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한양대 학생부교과 추천형 한양인터칼리지학부(40명 모집)는 경쟁률 19.6대1, 합격자 50% 컷 1.47등급, 70% 컷 1.53등급이었다. 건국대는 교과전형인 KU지역균형으로 무전공 유형 2에 해당하는 문과대학자유전공학부 사회과학대학융합전공학부 이과대학자유전공학부 생명과학대학자유전공학부 공과대학자유전공학부를 선발했으며 공과대학자유전공학부의 합격자 70% 컷은 1.81등급이었다.
◆계열별 선발하는 무전공, 지원자 합격선 차이 나 = 종합전형은 서류 100%로 선발하므로 대학에서 공개한 대입 결과를 참고로만 봐야 한다. 50% 컷에 해당하는 수험생보다 학생부 등급 컷이 낮아도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건국대 KU자유전공학부처럼 계열 구분 없이 선발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한양대처럼 한양인터칼리지학부(인문) 한양인터칼리지학부(자연)로 구분해 선발하는 대학도 있다.
한양대는 추천형과 서류형 그리고 계열에 따라 모집 인원 경쟁률 학생부 등급 컷 충원율에 큰 차이를 보였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무전공을 계열을 분리해 선발한 한양대 종합전형은 서류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한양인터칼리지학부(자연)는 수학과 과학과 관련한 계열 적합성이, 한양인터칼리지학부(인문)는 언어 관련 역량이 좋은 학생이 집중 지원과 합격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한다.
한양대 입학처 관계자는 “한양대 종합전형은 계열 적합성에 초점을 두고 평가하며, 자연 계열은 수학 과학 역량에, 인문 계열은 언어 사회 역량에 가중치를 반영해 평가한다”며 “계열별로 구분한 한양인터칼리지학부도 마찬가지여서 지원자 풀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계열 지원자 급증 = 지원자 특성을 보면 자연계열 성향 지원자가 증가했다는 게 대학들의 공통된 견해다. 기존에 자율전공학부(서울)를 운영해온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 팀장은 “기존에는 사회 교과 이수 단위가 많은 학생이 주로 지원했지만 2025학년엔 수학과 과학 이수 단위가 많은 자연 계열 학생의 지원이 크게 증가했다”며 “특히 의약학 계열을 지망했던 자연 계열 학생들이 목표 성적에 미치지 못한 경우 자기 주도성이나 성장 역량을 살피는 자유전공학부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다만 자유전공학부라고 해서 진로에 대한 고민과 관심 분야가 없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진로에 관한 관심은 아니지만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관심 분야를 깊이 탐구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임 입학사정관 팀장은 “고2 때 과학 성적이 좋지 않아 고3 때 사회과목 위주로 선택한 학생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고, 이수 단위가 많은 수학과 과학 교과의 성적이 나쁜 학생의 지원도 적지 않다”며 “학생들이 교차지원처럼 자유전공학부를 선택하지만 이곳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탐구한 학생을 선발하는 모집 단위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문계열보다 자연계열의 합격률이 높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현재 고교에서 자연계열 비율이 높고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이지 대학이 자연 계열 학생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2026 대입에서도 무전공 선호도 높을 듯 = 무전공에 관한 관심은 2026학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5학년 결괏값을 확인할 수 있기에 지원에 대한 막막함도 전년보다는 덜할 전망이다. 단, 대학이 발표한 대입 결과를 숫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어디가’의 경우 합격자 50% 컷 70% 컷을 공개한다.
모집 인원이 10명이라면 50% 컷은 5등에 해당하는 수험생의 등급, 70% 컷은 7등에 해당하는 등급이므로 인원을 고려하고 봐야 한다. 서류 평가를 하는 전형에서는 50% 컷이 70% 컷보다 낮을 수도 있다. 지원자층의 성향도 고려해야 한다.
진수환 교사는 “서울 주요 대학의 최종 합격자 등급 50% 컷 70% 컷이 3등급대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단순히 일반고 학생의 성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며 "일반고 학생도 일부 있지만 서류 평가에서 경쟁력이 있는 특목고 학생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한다.
강경진 서강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최근 일반고 출신은 교과전형 지원 비율이 높아지고 종합전형 지원 비율이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특목고 출신은 종합전형에서 합격 비율이 상승하는 추세"라며 "일반고 학생도 학업 역량을 비롯해 탐구 역량 등이 뛰어나다면 교과전형뿐 아니라 종합전형도 적극 지원하면 좋겠다”고 추천한다. 김기수 기자·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