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후, 기회의 재발견 ③
식품 부산물이 바이오가스로 탈바꿈, 수소로 활용도
어렵게 생산해도 15%는 쓰지도 못한 채 버려져 … “공급인증제 도입하고 다양한 이용방안 고민 필요”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경제 탈출구는 혁신을 향한 도전정신에 있다. 민간에서 과감한 기술 투자와 선제적으로 미래사업 확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지렛대가 필요하다. 급속도로 사회가 변화하면서 성장 방정식도 빠르게 달라지는 중이다.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창발성과 실행력, 그리고 과감한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CJ제일제당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 1, 2)을 2020년 대비 25% 감축(사업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2030년 매립 폐기물 제로화 목표도 세웠죠. 본사는 물론 사업장 단위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 중입니다.”
11일 충북 진천군 진천읍에 있는 CJ제일제당 진천 블러썸 캠퍼스(Blossom Campus)에서는 민관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햇반 등을 만들 때 에너지가 많이 사용된다”며 “식품 제조 및 가공 등의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을 활용해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본사에 보고를 하거나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아이디어 초기 단계”라면서도 ”실무자 입장에서 2050 넷제로(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 목표 달성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해서 여러 가지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재생에너지인 바이오가스를 돼지농장 등 축산 시설에서만 생산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발상만 달리하면 식품제조공장도 바이오가스 생산기지로 탈바꿈할 수 있다. 상품을 만들 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식품 부산물이 일정 부분 나올 수밖에 없다. 식품 부산물은 성상 자체가 굉장히 깨끗해 생산 효율이 높기 때문에 잘만 활용하면 훌륭한 바이오가스 원료가 될 수 있다. 폐기물처리와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여러 가지로 장점이 있다.
◆민관 협력으로 탄소중립 신사업 가능성 모색 = 이날 CJ제일제당 진천 블러썸 캠퍼스에는 충북 진천군 공무원들이 방문해 바이오가스 확보를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에 따라 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은 바이오가스를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만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부과금을 내야 한다. 의무생산 목표가 주어진 이들은 △직접 시설을 설치해 가스를 생산 △다른 시설에 폐자원 처리를 위탁해 가스를 생산 △다른 시설에서 생산한 실적을 구입 등을 통해 생산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진천군의 경우 바이오가스 생산목표량은 79만749N㎥/년이지만 당장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은 없는 상황이다. 위탁처리나 실적 구입 등 다른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바이오가스 생산 의무 대상자는 아니지만 환경·사회·투명경영에 적극적이다.
이준상 한국환경공단 에너지정책지원부장은 “바이오가스 시설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유기성 폐자원을 일정량 모아야 한다”며 “CJ제일제당의 경우 바이오가스 시설을 설치·운용하기에는 물량 확보가 부족하고 진천군은 당장 바이오가스 생산 실적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민관이 협업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또 “당장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계속 접점을 찾다 보면 훌륭한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이 탄생하고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날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온 건 없다. 당장 식품회사 이미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등 고민을 해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더욱이 바이오가스는 생산만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2023년 바이오가스 기존 시설 112개소에서 3억8300만㎥/년이 생산되지만 미활용분은 5700만㎥/년으로 전체 생산량의 약 15%에 달한다. 반면 유럽의 경우 바이오메탄 생산량의 약 85% 이상이 도시가스 관망에 연결돼 활용된다. 바이오메탄은 바이오가스에서 이산화탄소와 불순물을 제거해 메탄 농도를 95% 이상으로 높인 정제가스다.
◆수소로 전환해 활용 시 경제적 이익도 높아져 = 17일 박준규 조선대학교 첨단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바이오가스 생산 기술은 다른 나라 못지 않게 잘 발달되어 있다”면서도 “어렵게 생산한 바이오가스를 활용하는 방안의 다양성이 부족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바이오가스 개질을 통해서 수소를 만들어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수소는 바이오가스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높기 때문에 개질을 하면 이동이나 저장 등 여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이익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혐기성 소화 과정을 통해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고질화 및 개질화 작업을 통해 수소로 만들 수 있다. 고질화기술이란 바이오가스를 천연가스 수준의 열량으로 만들기 위해 메탄함량을 95% 이상으로 늘리고 이산화탄소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물흡수법(Water Scrubbing) 화학적흡착(Chemical Absorption) 압력순환흡착법(PSA) 막분리법(Membran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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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질화 작업이란 고질화 공정을 거친 뒤 바이오 메탄과 물 또는 산소와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순도 95% 이상의 메탄가스를 원료로 촉매반응기를 거쳐 순도 99.995% 이상의 수소를 추출한다.
도시가스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바이오가스의 경우 도시가스 배관망에 공급 시 인증서를 발급하는 방안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의 경우 도시가스 배관망 연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바이오가스 필요 시설에서 인근 배관망을 통해 도시가스 사용 시 인증서를 구매하도록 해 간접적으로 바이오가스를 사용한 걸로 활용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바이오가스 생산 확대 및 이용 촉진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바이오메탄으로 천연가스 수요의 10%를 대체할 계획이다.
또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바이오가스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증제도를 도입해 바이오가스의 환경적 가치를 인정한다. 인증서 거래를 통해 생산자에게 부가적인 수입을 제공하고 도시가스 배관망에 연결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해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라는 분석이다.
진천=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스코프(Scope) = 인간의 활동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은 스코프 1·2·3 등으로 나뉜다. 이는 탄소 회계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인 ‘온실가스 의정서(GHG(Greenhouse Gas) Protocol)’에 따른 것이다.
스코프 1은 조직이 소유하거나 운영(통제) 하는 온실가스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스코프 2는 기업이 구매하거나 소비하는 전기, 열(스팀)의 생산과 관련된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스코프 3은 스코프 1이나 스코프 2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