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성인 모두 디지털미디어 중독 심각”…국민 64.4%, 스스로 조절 어려워

2025-06-24 13:00:02 게재

중독포럼, 국민인식조사결과 … 정부·기업 적극 역할 요구 커져

우리나라 청소년과 성인의 디지털미디어 중독이 심각하다고 조사결과가 나왔다. 스스로 사용 조절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경우가 64.4%로 나타났다.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24일 중독포럼에 따르면 중독포럼이 창립 13주년을 맞아 최근 공개한 대국민인식조사 결과에서 “국민 대다수는 디지털미디어 중독을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디지털미디어 중독 심화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미디어 사용 문제가 전 연령층에 걸쳐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 사용 문제는 개인의 정신건강 위협을 넘어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알고리즘 추천, 허위 정보(딥페이크) 등 새로운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중독포럼은 이러한 배경에서 디지털 미디어 중독에 대한 국민 인식을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국가 정책 수립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새정부에 구체적인 국가 정책을 제언하고자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10대~50대 국민 500명으로 남녀 비율이 동일하다. 직장인 비율이 47.0%로 가장 높았다. 학생, 무직, 취준생이 뒤를 이었다.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서 디지털미디어 중독이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스로 사용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경우가 64.4%로 나타났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주요 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성인의 디지털 미디어 중독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9%가 청소년의 디지털 미디어 중독이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청소년을 자녀로 둔 40대(93%)에서 가장 심각하게 인식했다.

성인 중독 문제 또한 84% 이상이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1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80% 이상의 높은 우려를 나타냈다. 연령이 높을수록 심각하다는 인식이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게임 중독 문제에 대해 약 81%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20대(65%)의 인식이 가장 낮고 50대(94%)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세대 간 인식 차이를 보였다.

SNS 중독 문제는 전체 응답자의 91% 이상이 심각하다고 인식해 조사 항목 중 가장 높은 우려를 보였다. 전 연령층에서 89% 이상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슬기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일 중독포럼 세미나에서 “디지털미디어 중독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닌 고립, 불평등, 사회적 요인의 복합 결과로, 한국 사회에서도 중독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유럽연합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은 법적 제도적 조치를 통해 디지털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독 해결에 개인 노력 더불어 사회 역할도 중요 = 조사결과를 보면 디지털미디어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별 노력 중요도에 대해서는 개인의 노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가정(76.0%), 정부(69.0%), 기업(67.0%) 등 사회시스템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게임기업의 노력에 대해 전체응답자의 42%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40~50대에서 부정적 평가가 높았다.

청소년보호를 위한 SNS 기업의 노력은 54.6%가 부정적으로 평가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30대에서 부정적 인식이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동영상 플랫폼 기업의 노력에 대해서도 과반이 넘는 55.6%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30~40대에서 부정적 평가비율이 높게 나타남.

디지털미디어 중독예방을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 중 ‘청소년의 앱·게임·SNS 이용에 대한 부모동의 의무화’에 대한 질문에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찬성비율이 높고 청소년 당사자인 10대는 유일하게 반대의견(50%)이 과반을 차지했다.

플랫폼 기업이 ‘청소년 보호를 위해 나이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정책에는 전체 응답자의 77.4%가 나이 확인 절차 강화에 찬성했다. 연령이 높을수록 찬성 비율이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청소년에게 제공하는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 규제’에 대해 응답자의 76.4%가 규제에 찬성했다. 1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70% 이상의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AI 기술의 윤리적 문제에 대비한 정부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87%를 넘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37.4%)과 부정(33.4%) 의견이 비슷하게 나타나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의존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응답자의 77% 이상이 공감하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공감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정부의 디지털미디어 중독 정책 및 지원 수준에 대해 응답자의 약 46%가 정부의 정책 지원이 부족하다고 응답해 부정적 인식이 다소 우세했다. 특히 30대에서 부정적 평가(57%)가 가장 높았다. 10대에서는 긍정적 평가(27%)가 타 세대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게임, 스마트폰 등 디지털중독을 정신행동건강문제로 보고 보건복지부가 예방, 치료, 관리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다’는 긍정적 응답이 전체 61.2%로 과반을 차지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긍정 평가가 높았다. 50대에서 68%로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현숙 가톨릭대의대 교수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미디어 중독은 도박, 게임, SNS 중독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충동성 우울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확인됐다”며 “각국은 연령제한, 광고규제, 조기 선별 및 예방교육 강화 등 정책을 통해 청소년과 고위험군 보호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장기추적연구를 기반으로 디지털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과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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