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PF 1.2조 매각…새마을금고는 정리 더뎌
금감원, 연체율 높은 대형 저축은행 검사 준비 … 규모 큰 사업장 정리
새마을금고 부실PF 사업장 5조 이상 … 자회사 설립해 정리 나설 예정
저축은행 부실PF 사업장이 ‘PF대출 정상화 공동펀드’에 대거 매각됐다. 금융당국이 부실 사업장 정리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저축은행중앙회가 조성한 ‘4차 PF 정상화펀드’ 규모는 1조2000억원으로 늘었고 저축은행이 내놓은 사업장에 대한 인수 계약이 실무적으로 마무리됐다.
24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자산운용사들을 통해 저축은행들이 매각을 희망하는 PF사업장에 대한 실사를 벌인 후 가격 협상 등을 거쳐 1조2000억원 가량에 인수하기로 했고 펀드 조성도 마쳤다. 당초 목표였던 1조5000억원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펀드 조성 과정에서 1000억원 가량이 경공매와 수의계약 등으로 정리되면서 총 1조3000억원 가량의 부실을 털어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자산운용사를 통한 펀드 조성과 SPC(특수목적법인) 설립으로 저축은행 부실PF를 대거 정리하게 됐다. 은행 및 보험업권이 조성한 PF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은 SPC가 발생한 유동화사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약 3000억원 규모의 부실PF 사업장에 선순위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펀드 구조는 선순위(재무적 투자자)와 후순위(자산매도 저축은행 등)로 구분되며 PF사업장을 매각한 저축은행들이 매각대금의 70%를 후순위로 투입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부실PF 사업장 중 규모가 큰 곳들이 ‘PF 정상화펀드’에 대부분 매각됐고 다소 규모가 작은 사업장들에 대한 매각 작업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상 PF사업장은 약 1조원 규모다.
지난해말 저축은행의 유의·부실우려 PF사업장은 4조5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으로 줄었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저축은행 부실PF 사업장을 모두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2분기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을 집계하고 있으며 연체율이 높은 대형 저축은행을 상대로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 곳에 대해서는 이번 주 사전 통지를 한 후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부실PF 정리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부실PF 규모가 큰 새마을금고는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지난해 사업성평가 결과 정리·재구조화 대상인 유의·부실우려 PF사업장 규모는 2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경공매 등을 통해 정리된 규모는 올해 1분까지 9조1000억원, 2분기는 3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총 12조6000억원이 정리되면 남은 사업장 규모는 11조3000억원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11조3000억원 중 절반 가량이 새마을금고의 부실PF로 파악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에서 5조원 이상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새마을금고는 부실채권 정리 전담 자회사인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하고 내달 8일부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파견 직원 3명을 포함해 50여명의 임직원으로 출범한다.
부실채권 정리 전담 자회사는 전국 새마을금고를 대상으로 부실채권을 일괄적으로 신청 받아 순차적으로 매입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 3조원 이상의 부실채권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부실 정리에 속도를 낸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대한 현장 점검과 검사를 병행하면서 부실PF 정리를 압박했다. 버티던 저축은행들이 PF사업장을 경공매로 넘기고 펀드에 매각하도록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유도한 결과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금융당국이 아닌 행정안전부가 감독권을 갖고 있으며 개별 금고에 대한 압박 수위는 금융당국과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또 선거로 선출되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역할 역시 제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부실 정리 추진으로 저축은행들의 불만이 컸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실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진행됐다”며 “하지만 새마을금고에 대해 행안부나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금융당국만큼 압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부실PF 정리가 더딜 경우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