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에너지업계 AI 속속 도입
차이신 “수급예측, 장비점검 등 성과 커”
중국 국영에너지기업 ‘차이나가스홀딩스’는 2020년 인공지능(AI)을 도입했다. 사람이 계산하는 천연가스 수요예측이 종종 어긋나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수요예측에 실패하면 계약외 구매를 진행해야 한다. 이는 연단위로 계약하는 사전계약분보다 훨씬 비싸다.
중국 전역 2억명 이상의 도시거주자들에게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차이나가스는 AI모델을 통해 역대 데이터는 물론 날씨와 가격책정, 지정학·경제적 고려사항 등 실시간 변수를 분석했다. AI 도입은 성과가 컸다. 차이나가스의 디지털·AI부서장인 한펑은 “AI 예측분석으로 계약외 구매를 50% 줄일 수 있었다. 수천만위안을 절약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한걸음 더 나아가 AI를 통해 고객질문을 답하고 계약검토를 간소화했다. 또 AI로 구동되는 카메라를 곳곳에 배치해 안전규정을 강화했다. AI 정비시스템을 도입해 24시간 장비를 모니터링하면서 장비 불량율을 30% 줄였다.
중국 금융매체 차이신은 지난 21일 “차이나가스 사례는 AI가 중국 에너지업계를 재편하는 큰 흐름을 보여준다”며 “석유와 가스는 물론 전력망과 광산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면서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 작업 안전성 확보에 나섰다”고 전했다.
광둥 광시 윈난 구이저우 하이난 등 5개 성에 걸쳐 2억7200만명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남방전력망공사’도 2020년 AI를 도입했다. 이 기업의 총발전량 중 40%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다. 간헐성 문제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때문에 AI를 도입해 전기공급과 수요를 맞추고 전력망 안전 여부를 점검하며 최적의 운영전략을 짠다.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해 남방전력망공사는 AI 시스템을 통해 수급 예측 과정에 들이는 시간을 10배 단축했다. 예측 정확도도 98.4%에 달했다. 또 AI를 통해 일반적인 장비 결함을 90% 이상 탐지하면서 점검 효율성이 80배 증가했다.
광산업 역시 AI 기술을 통해 작업 효율을 높이고 있다. 허난성 뤄양시 소재 광업대기업 ‘중국몰리브덴그룹’이 대표적이다. 과거엔 복잡하고 불균질한 몰리브덴 광석층 정보를 스프레드시트에 손수 입력해야 했다. 지금은 AI플랫폼에 기반한 드론 탐사와 영상인식 도구를 통해 광석 분포 등 각종 정보를 분석한다. 특정 오류를 크게 줄였고 제련 정련 수요예측이 정확해졌다.
중국 전력망사업의 양대기업인 차이나가스와 중국남방전력망공사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와 관련, 딥시크의 오픈소스 AI모델에 공을 돌렸다. AI 기술 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1월 딥시크가 ‘RI모델’이라는 오픈소스 대형언어모델(LLM)을 출시하면서 상황은 크게 나아졌다는 평가다. 거의 모든 업태를 망라한 기업들이 AI 도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에 따르면 차이나가스와 남방전력망공사 등 수많은 국영기업들이 딥시크 모델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 3월말 기준 중국 국영기업들은 500건 이상의 업무에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석유와 가스, 발전, 광업, 소재 등 업종은 AI로 큰 효과를 보는 대표적 부문이다.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는지에 기업 성공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올해 2월 보고서에서 “에너지부문은 AI를 활용해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혁신을 이루기에 이상적인 업종”이라고 분석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