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국제화 잰걸음
자본통제 완화, 결제시스템 확장, 외인투자 확대
중국이 위안화의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캠페인을 본격화하고 있다. 달러 위상에 대한 국제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현 상황을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무역을 촉진하고 금융시장을 개방하는 등 위안화 비중을 높이려는 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다. 자본통제를 완화하고 국경간 결제시스템을 확장하며 새로운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홍콩은 최근 홍콩달러나 위안화 등 무역·서비스 대금을 중국본토로 송금할 수 있는 즉시송금시스템을 도입했다. 본토와 홍콩 시장의 통합을 강화하는 조치다. 또 홍콩증시에 상장된 ‘웨강아오 대만구(광둥-홍콩-마카오)’ 기업들이 중국본토 선전증시에도 상장할 수 있게 됐다.
자본시장 개방도 가속화된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올해 10월부터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에게 중국본토 ETF 옵션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한도도 확대할 계획이다. 위안화의 해외 순환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자체 결제시스템인 ‘CIPS’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UOB은행과 태국 방콕은행, UAE 아부다비퍼스트은행 등 외국은행들이 CIPS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상 처음으로 이들 은행이 아프리카와 중동, 중앙아시아, 싱가포르 등 역외 위안화허브를 포괄하게 된다.
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과 암호화폐 연계 방안도 검토중이다. 홍콩 재무장관 크리스토퍼 후이는 최근 “위안화와 스테이블코인을 연계하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환율과 통화정책, 리스크 요인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상원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을 통과시킨 직후 나온 발언이다. 홍콩은 지난달 자체적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승인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위안화 국제화 캠페인은 그간의 단순한 외환전략과는 차별화된다”며 “중국당국은 미국의 불안정한 정책 결정과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을 위안화 위상 제고의 최적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민은행 총재 판궁성은 최근 연설에서 “달러 의존도를 줄인 새로운 글로벌 통화질서가 필요하다”며 “개방된 금융시장에서 위안화가 글로벌 자본 흐름의 중심통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은행 ‘크레딧에그리꼴’의 이코노미스트 샤오자 쯔는 “중국이 이번 기회를 포착해 위안화 국제화를 본격화할 수 있다”며 “향후 역외 위안화 유동성 풀을 확대하는 등 추가 조치를 내놓는다면 이같은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안화 국제화를 가로막는 구조적 리스크도 여전하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디플레이션 압력, 낮은 국채수익률 등은 외국자본 유입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