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역주행 참사 1년

보험업계,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고심

2025-06-30 13:00:05 게재

‘페달오조작 방지장치’ 일본은 2028년 의무화

한국도 보험료 할인 등 다양한 유인책 필요

1년전 서울지하철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참사가 벌어지면서 9명이 세상을 떠났다. 당시 고령운전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쟁점이 많다는 점에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운전능력이 미숙한 청년층과 고령자는 유독 자동차사고 손해율이 높은 연령대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가속·제동 페달오조작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 보급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고령운전자 사고율 더 높아 = 30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9년부터 2024년 5월까지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가입차량의 자동차사고를 분석한 결과 페달오조작 사고는 월평균 160건, 하루 5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페달오조작 사고는 2718건으로 전체 25.7%에 달했다.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운전자의 사고 점유율은 16,7%였는데, 페달오조작 사고는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점유율이 1.6배나 됐다.

70세 이상 고령운전자 사고는 더 심각하다. 조사 당시를 기준으로 국내 70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0만명이다. 이는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의 5.9%에 불과하지만 페달오조작 사고 점유율은 14.6%에 달했다. 면허소지자는 다른 연령대보다 낮지만 페달오조작 사고 위험은 더 높다는 이야기다.

페달오조작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급발진이 의심된다고 주장하는 일이 다반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접수된 급발진 의심 신고 364건중 원인 확인이 가능한 321건(88.2%)은 모두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나타났다.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운전자 과실로 결론이 나오는 게 대부분이다.

미국에서도 연간 1만6000건 가량 페달오조작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험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2009년 렉서스 차량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급발진 사고는 차량 구조로 인해 운전석 바닥 매트가 페달에 간섭한 결과 사고로 이어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일본에서도 페달오조작 사고는 고령자에게서 많이 보인다. 교통사고 중 76세 이상 운전자 사망원인으로 페달오조작(27.6%)을 꼽혔다. 이는 75세 미만 9.9%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영국 교통연구소도 고령 운전자에게서 페달오조작 사고가 더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고령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분석한 결과 페달오조작은 76세 이상 운전자는 물론 16~20세 운전자에게도 많았다.

◆면허갱신주기 단축, 교육도 =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영국 호주 일본 등에서는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갱신 조건을 강화하는 추세다. 운전면허 갱신주기를 단축하거나 보충 평가를 실시한다. 조건부 면허 발급도 있다. 한국은 운전면허갱신 주기 단축과 함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이 한국도로교통공단에서 교통안전교육을 받으면 2년간 자동차보험료 5% 할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6월부터 ‘페달 영상기록장치’ 장착 차량에 대해 자동차보험료 할인이 가능해졌다. 다만 사고 원인 규명에만 도움이 되고, 사고 예방 효과가 없어 보험료 할인은 제한적이다.

보험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일본의 페달오조작 안전보조 장치(PMSA)다. PMSA는 전후방 1m 이내 장애물이 있을 때 가속 페달을 밟으면, 오작동으로 판단한다. 즉시 구동과 제동을 제어해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애초 일본은 올 6월부터 의무화를 하려고 했지만 2028년 9월 적용키로 했다. 다만 2023년을 기준으로 신차에는 90% 이상 PMSA 장치가 탑재돼 보급률이 높은 상황이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에 이 장치를 장착한 바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도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한국도 신형차량에 PMSA 장착을 의무화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 부담이다. 차량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설치를 기피할 수 있다.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이익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보험연구원 김규동 연구위원은 “고령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에 비해 사고 예방 효과와 보험료 할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PMSA 장치 장착을 유도하기 위한 보험료 할인 제도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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