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장마 역대 가장 빨리 끝났다

2025-07-03 13:00:02 게재

남부도 장마 종료, 적은 비에 열돔 가능성까지 … 1994·2018년 같은 극심한 더위 오나

때이른 장마가 벌써 끝이 났다. 3일 기상청은 “제주와 남부 지역의 장마가 종료됐다”며 “제주의 경우 지난달 말 장마가 끝났고 이는 역대 가장 빠른 장마 종료일”이라고 밝혔다. 제주도의 평년 장마 종료일은 7월 20일이다. 평년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다.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빨리 시작했다. 제주 장마 시작일은 6월 12일로 평년 보다 일주일 빨랐다. 중부와 남부지방은 6월 19일로 각각 3일과 5일 일찍 장마가 시작됐다. 더욱이 올해 장마는 예년에 비해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지 않는 등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덥고 습한 여름, 물줄기 쏘며 하늘로!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진 2일 서울 한강 리버시티수상스키장에서 시민이 플라잉보드를 타며 더위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변덕스런 날씨가 이어지면서 장기 폭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른 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한반도가 또다시 열돔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2일 오후 6시부터 3일 오전 7시까지 서울·수원·강릉·북강릉·청주·대전·남원·전주·포항·울진·서귀포·제주 등 전국에서 열대야가 발생했다. 서울은 26.8도를 기록하며 나흘째 열대야를 기록했다.

열돔은 상층 고기압이 뚜껑처럼 덮여 열기가 갇히는 대기 현상이다. 열대야는 밤사이(18:01~다음날 09:00) 기온이 25℃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만나면 열돔이 형성된다. 북태평양고기압은 북태평양 상에 형성되는 아열대 고기압으로, 여름철 한반도에 고온다습한 공기를 공급한다. 티베트고기압은 히말라야 산맥과 티베트 고원 상공 약 15km 높이에 형성되는 상층 고기압이다. 지상 저기압과 달리 상층에서 강한 고기압성 순환을 보이며 여름 몬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두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만나면 상승기류를 억제해 구름 형성을 막게 되고 하강기류로 인한 단열압축으로 기온이 상승된다. 공기가 정체되면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고 강한 일사량으로 지속적인 가열이 이뤄지면서 강한 폭염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여름에 말하는 일반적인 폭염은 북태평양고기압만 강할 때도 발생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발생하는 폭염은 단일 기압계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등 우리나라와 양상이 다르다. 때문에 우리나라 기상청은 열돔을 공식 용어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만나 한반도에 열돔 현상이 빚어지면 장기간 폭염이 지속된다. 1994년 7월 한 달 동안 폭염이 기승을 부린 것도 이 때문이다. 2016년 8월 하순까지 이어진 폭염과 2018년 7~8월 폭염이 기승을 부린 것도 마찬가지다.

올해도 이러한 강한 폭염이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티베트고기압이 확장돼 열대요란(열대저압부)이 북쪽으로 더 올라와 강화된 북태평양고기압을 지원하게 되면 정체전선이 완전히 북상해 장마가 종료되고 본격적인 열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3일 기상청 관계자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아직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0년대 들어 폭염과 열대야는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10년(2015~2024년) 동안 연간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각각 16.3일, 11일을 기록했다. 이는 평년(1991~2020년)보다 5.3일, 4.4일 늘어난 수치다. 2010년대 이후로 8월에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고 이전엔 거의 없던 5~6월과 9월에도 발생했다. 또한 서울의 경우 2022년에 1907년 이래 처음으로 ‘6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2022년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6월 열대야가 나타났다. 지난해는 연간 폭염 일수가 역대 2위(30.1일), 연간 열대야 일수가 역대 1위(24.5일)를 기록했다.

3일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 최고 체감온도가 33℃ 이상(일부 경기도와 강원동해안 충청권 남부지방 제주도동부 35℃ 내외)으로 올라 매우 무덥겠다”며 “또한 내륙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체감온도는 기온에 습도 영향이 더해져 사람이 느끼는 더위를 정량적으로 나타낸 온도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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