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체, 중국시장 공략 재시동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 … 중국 전용 신차 개발, 디자인은 현지 소비자 수요 반영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중국시장 공략에 다시 나섰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그동안 중국시장 점유율이 지속 하락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시장은 세계 최대시장이자 첨단기술의 테스트베드로 성장함에 따라 간과할 수 없는 핵심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원장 진종욱)은 7일 ‘상하이모터쇼로 본 중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상하이모터쇼는 4월 23일부터 5월 2일까지 열렸다. 26개 국가의 1000여개 기업에 참가해 신차 104종을 공개했으며, 10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일본계 자동차 제조사는 이번 모터쇼에서 중국 전용차량 플랫폼 개발, 현지 기술 채택 등을 통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 전용플랫폼 CEP와 아키텍처에 기반한 차량 3종 공개 △2030년까지 중국용 전기차 30종 출시 계획 △주행거리연장전기차(EREV) 최초 공개 △중국 호리즌 로보틱스사와의 합작사 카리존을 통해 중국 맞춤형 자율주행 시스템 자체 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아우디는 △중국 전용 전기차 브랜드 ‘AUDI’ 공개 △2025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내연기관차 모델 A5L에 하웨이의 L2+ 자율주행 시스템 ADS 3.0 탑재 등을 계획하고 있다.
도요타는 △중국 전용 모델 개발 권한을 일본 본사에서 중국 지사로 이관 △하웨이 스마트 콕핏을 자사 차량에 최초 탑재 △GAC-도요타 브랜드 전략 모델 bZ7와 렉서스 브랜드 신형 ES 전시로 눈길을 끌고 있다.
BMW와 혼다는 중국산 AI인 딥씨크 탑재 차량을 전시하며 현지 기술 수용범위를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모터쇼에는 불참했지만 4월 △중국 전용전기차 일렉시오 발표 △2027년까지 중국 전용전기차 6종 출시 △중국 생산차량 연 10만대 수출(아시아·중남미 등 대상) 목표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현지 전용 모델을 중심으로 제품 디자인 등에 중국 소비자 수요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도요타 bZ7, 닛산 N7, 아우디 E5, 폭스바겐 ID.ERA는 △전장 길이와 휠 베이스 확장 △냉장고·대형 좌석 탑재를 통한 공간 활용성 제고 △조명·향기·음악 연동 등 개인화된 승차 경험 △대형 디스플레이 중심의 디지털 시스템 등을 적용했다.
보고서는 “다만 이러한 전략은 주로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것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본사 주도로 개발한 디자인·기술 활용이 우선시되는 등 이원화 모습을 띄고 있다”고 설자동차여명했다.
또 보고서는 중국 자동차업체의 경쟁이 전동화 분야를 넘어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BYD 지커 리오토 체리차 등 업체들은 늦어도 내년까지 레벨3(L3)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3는 차가 스스로 추월하거나 장애물을 회피하고, 운전자는 자율주행 모드 해제가 예상되는 경우에만 개입하는 ‘조건부 자율주행’ 단계다.
자동차사업을 적극 확장해온 화웨이는 중국 최초의 L3 자율주행 시스템 상용화 설루션으로 소개한 ‘ADS 4.0’를 발표하고 올해 내 고속도로 L3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일부 자율주행 전문 기업은 한 단계 나아간 L4(운전자 없이 시스템이 주행을 제어) 수준의 기술을 제시하기도 했다. 중국 자율주행 업체 포니AI는 7세대 로보택시 설루션을 발표하고 도요타와 중국 광저우자동차의 합작사인 GAC-도요타 등과 함께 상용화 기반을 조성 중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SDV의 구현 기반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술 분야에서도 열띤 경쟁이 펼쳐졌다고 소개했다. 고해상도 대형 통합 디스플레이와 인공지능(AI) 기반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고도화된 디지털 콕핏(디지털화한 자동화 운전공간)을 제공하려는 흐름이 가속화됐다는 설명이다.
지리차 산하 링크앤코는 플래그십 모델인 ‘링크앤코 900’에 30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와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AR-HUD) 등을 탑재했다. 중국에서 점유율 회복을 꾀하는 아우디, 폭스바겐 등 수입 브랜드들도 대형 디스플레이 중심의 차량 인터페이스를 내세웠다.
이서현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자동차산업의 변화는 글로벌 변화를 선행할 수 있어 주목된다”며 “제품 차별화 경쟁 축이 자율주행·SDV 중심으로 바뀌고 있으며 자동차 개발과정에서 AI 활용 확대, 개방형 혁신 등을 통한 효율화 방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