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카약 즐기고 패들보드 체험

2025-07-10 13:00:46 게재

동대문구 ‘수상스포츠체험교육장’ 개장

아동·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이색 여가

“노가 양쪽에 달려 있으면 카약이에요. 한쪽에만 있으면? 카누. 그럼 노가 없으면?” “…뗏목?” “그렇죠. 어떻게 아셨어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중랑천 이문수변공원. 이화교 바로 아래쪽 중랑천에 계류장이 설치돼 있고 카약과 패들보드 수상자전거 오리배 등이 떠 있다.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 손을 붙든 엄마를 비롯해 장성한 아들과 짝을 이룬 노년층 주민까지 하나둘 모여든다. 80분에 걸친 카약 체험을 신청한 주민들이다.

전문 강사가 주변 시설 안내부터 카약과 카누 등 수상 운동경기 소개를 이어간다. 같은 시간 전문가들이 보드 위에 서서 균형을 잡고 한쪽 팔로 노를 저으며 물살을 가른다. 자격증을 보유한 스탠드업 패들보드 선수들이다. 패들보드는 서핑보드와 달리 노를 저어 유선형 판을 움직이는 운동이다.

이필형 구청장과 주민 등이 수상스포츠 체험교육장에서 카약을 즐기고 있다. 사진 동대문구 제공

10일 동대문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5월 말 서울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도심에 ‘수상스포츠체험교육장’을 개장했다. 수심이 70㎝~1.2m로 비교적 얕고 수질은 ‘매우 좋음’ 등급을 받은 중랑천에서 아동·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이색적인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구 관계자는 “통상 강원도 춘천이나 경기도 가평까지 가야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며 “중랑천에서는 폭우가 내리지 않는 한 카약과 패들보드를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 아래 깔린 모래와 작은 물고기, 자라도 관찰할 수 있다.

스탠드업패들보드스쿨이 운영을 맡아 기초 이론 교육과 수상안전교육을 진행한 뒤 왕복 700~800m 구간을 오가는 체험을 돕는다. 체험은 오전 10시와 11시 30분, 오후 2시와 4시에 시작한다. 8세 이상 동대문구 주민에게만 열린 체험에는 하루 평균 50~60명이 참여한다. 지난 한달간 500명 이상이 다녀갔다. 구 관계자는 “중랑천 건너편 중랑구 주민들 문의가 많은데 동대문구 주민만 가능하다고 답변하면 아쉬워 한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이색 체험을 희망하는 어린이부터 수상운동으로 건강을 다지려는 성인까지 다양하다. 한 70대 주민은 패들보드로 시작해 카약까지 배운 뒤 운동 삼아 매주 세차례 이상 찾는다. 이 주민은 “서울에서 물놀이가 쉽지 않은데 생각보다 괜찮다”며 “매번 너무 신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팔과 어깨 운동에 발 움직임까지 익히면 전신운동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당초 아동·청소년 정서 발달과 창의성 자극을 고려해 조성한 시설인 만큼 참가자 중 다수는 아이들이다. 아들 행서(홍릉초 4학년)와 함께 방문한 이지선(52·청량리동)씨는 “이론 설명을 들으면서 다음달 강습을 예약했다”며 “아이가 워낙 좋아하니 또 연차를 내더라도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웃 정경자(49·청량리동)씨는 홍릉초 6학년인 딸 은채와 함께 강습 2시간 전에 도착해 눈요기부터 했다. 정씨는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가장 좋았다”며 “다른 가족들과 시합을 했는데 무승부로 끝나 다음번에 또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동대문구는 공공기관 학교를 대상으로 체육진흥과에서 단체 예약을 받는 한편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을 통해 개인 참가 신청을 받는다. 구는 카약과 구명조끼 등을 추가로 확보해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체험을 확대하는 한편 패들보드 정규반을 구성해 초급부터 전문가반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이문수변공원 내 캠핑장과 연계한 특화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하게 활용해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만들어갈 구상도 있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벗어나 하늘을 보고 흘러가는 물을 느끼며 새로운 시선과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더 살기 좋고 행복한 동대문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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