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주주의, 세계 민주시민에 등불이자 이정표 될 것”

2025-07-13 20:50:41 게재

이 대통령, 13일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 개막 연설

“민주주의가 밥 먹여줘 … K-민주주의 핵심은 자유, 평등, 연대”

“자유란 곧 경제 … 반민주 세력이 불평등 틈새 파고들지 않도록”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 국민께서 직접 보여준 오색 빛 K-민주주의가 길을 찾는 세계의 민주시민들에게 등불이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정치학회(IPSA) 서울총회 기조연설에서 지난 계엄, 탄핵, 그리고 대선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대한민국 국민들의 여정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K-민주주의’ 연설

이재명 대통령 ‘K-민주주의’ 연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세계정치학회(IPSA) 서울총회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IPSA 총회는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정치학 연구자 3500여명이 모여 세계 정치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정치학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서울에서 총회가 열리는 것은 1997년 이후 28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대한민국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친위 군사 쿠데타’가 벌어졌다”면서 “세계 10위 경제 강국에서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가 벌어졌다는 경악할 사실, 총칼을 든 군사 반란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평화롭게 물리쳤다는 사실에 세계는 두 번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부터 이번 여름에 이르기까지 6개월 동안 대한민국이 절망 속에서 발견한 희망, 퇴행 속에서 발견한 도약의 가능성, 그 중간 어딘가쯤에 세계 민주주의의 현실과 과제가 모두 자리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황당무계한 친위 군사 쿠데타는 대화와 타협을 배제한 채 상대를 말살하고 ‘영구집권’하겠다는 헛된 욕망에서 비롯됐다”면서 “생각이 다른 상대를 제거하겠다는 반민주적인 폭거는 헌법기관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과 폭력으로 이어졌고, 국민이 피땀으로 지켜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여지없이 짓밟혔다”고 불법계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란 세력은 국회의 유리창은 산산조각 냈을지 몰라도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우리 국민의 결의에는 작은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면서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진정한 힘은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들의 간절한 열망과 행동에 있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들었다. 이 대통령은 “갈등보다 대화를, 상처보다는 치유를, 대립보다는 화해를, 비난보다는 협력을, 혐오보다 서로를 살피고 돌보는 상생의 가치를 회복할 때”라면서 “K-민주주의의 핵심 정신은 민주주의의 가치인 자유, 평등, 연대를 철저히 복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에 대해선 “단지 간섭받지 않을 자유, 제약받지 않을 자유를 뜻하지 않는다”면서 “불평등과 양극화, 빈곤의 파고가 성장을 가로막는 위기의 시대, ‘자유’란 곧 ‘경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이 함께 식사시간을 보낼 수 없는 가정에서, 휴게공간도 없이 땡볕을 견뎌내야 하는 일터에서, 어디에 사는지가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한 번 탈락하고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나라에서, 어떤 자유가 있겠냐”면서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를 넘어선 평등할 자유, 공동체의 향방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자유, 미래를 위해 꿈을 포기하지 않을 자유, 자신의 노력으로 삶의 조건을 바꿀 수 있는 자유,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 자유야말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성장의 탈을 쓴 반민주 세력이 불평등과 빈곤의 틈새를 파고들어 우리의 민주주의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막아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주권자의 집단지성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는 ‘미래형 민주주의’의 밑그림도 내놨다. 그는 “시민들의 다양한 관점을 더욱 풍부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난제를 해결할 숙의민주주의 확산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면서 “AI 혁명이야말로 K-민주주의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젖힐 ’특이점‘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접민주주의의 비효율성을 보완하며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적 민주주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누구도 가지 않았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저절로 오는 민주주의란 없다. 굴곡진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우리가 공짜로 누린 봄은 단 하루도 없었다”면서 “시련이 있어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역사적 임무를 기꺼이 자임할 때, 민주주의의 역사는 한 단계씩 발전하며 더 나은 세상을 이끌 새로운 질서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국민주권정부는 국민추천제, 국민사서함, 전국 방방곡곡 타운홀미팅을 시작으로 주권자의 목소리를 국정의 나침반으로 삼는 직접민주주의의 실험과 혁신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면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일상화, 제도화하고, 국정운영에 적극 반영하는 명실상부한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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