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곳곳에 숨은 '독' 건강 위협…조개·강낭콩 등 충분히 익혀 먹어야

2025-07-15 13:00:02 게재

주스·영양제 충돌되는 조합, 효과 떨어 뜨리기도

"음식 속 독성 이해하고 독의 피해로부터 피해야"

우리는 삶을 지속하기 위해 매일 매순간 몸에 필요한 공기와 음식을 공급하고 나쁜 것들은 몸 밖으로 내보는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다만 이런 활동이 몸을 꼭 이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음식 속에 있는 독을 알지 못하거나 잘못 알고서 섭취한 결과 건강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게으른 자를 위한 아찔한 화학책’에서 “세상은 수많은 독이 깔려 있는 곳”이라며 “독이 어디에 있는지, 서로 섞으면 안 되는 음식과 약의 조합을 알게 된다면 독의 피해로부터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독이 있는 음식 = 따뜻한 바닷물에서 잘 자라는 비브리오균은 5월에서 10월 사이에는 조개 몸속에 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조개 안에 있는 독 중에는 삭시톡신이라는 신경독이 있다. 열에 아주 안정적이여서 불판에 놓고 구워도 이 독은 없어지지 않는다. 모래 알갱이 1/10 크기 양을 먹어도 사망할 수 있다. 날 것으로 먹으면 안된다. 다만 충분히 가열하면 비브리오균은 죽는다고 하니 잘 조리하면 괜찮다.

강낭콩을 생으로 먹으면 위험하다. 적혈구를 뭉치게 하는 렉틴 단백질이 많다. 익히지 않은 강낭콩 너덧 개만 먹어도 속이 메스껍거나 토하거나 설사가 나는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충분히 익혀 먹으면 아주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감자 껍질에 있는 솔라닌은 열에 강하다. 쓴맛의 솔라닌은 메슥거림, 구토, 설사, 위통을 겪게 하고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기름에 넣고 튀겨도 반 이상 그대로 있어 요리를 해서 없애겠다는 생각은 안하는 게 좋다. 감자를 어둡고 서늘한 곳에 두면 솔라닌이 위험한 수준으로 생기지 않는다.

아기, 임산부, 면역이 떨어진 노약자가 피해야 하는 치즈가 있다. 카망베르, 브리 치즈 같은 수분이 많은 부드러운 치즈를 피하면 된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리스테리아균이 있다. 흔치 않지만 감염되면 사망률이 20%에 이른다.

첫돌이 되기 전인 아기에게 꿀을 먹였다가 운이 나쁘면 아기 뱃속에 보톡스 주사를 놓는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엄마 젖, 분유, 이유식이면 충분하다.

씨앗 속에도 독이 있을 수 있다. 살구씨, 사과씨, 체리 씨앗, ‘쓴맛 나는 아몬드’ 등에는 아미그달린이라는 화합물이 있다. 이게 뱃속에 들어오면 효소가 이것을 분해해 시안화수소를 만든다. 극독물이 된다. 어지럼증, 구토, 청색증, 저혈압 등 부작용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기름을 짜내고 남은 피마자 씨앗 찌꺼기에는 아주 무시무시한 리신 혹은 리친이라는 극독물 단백질이 있다. 리신은 세포 속에서 리보솜 RNA를 꽉 붙잡고 단백질 절대 만들어지지 않게 한다. 결국 리신이 침투한 세포는 바로 죽는다.

고등어 등 생선을 먹으면 가렵다면 그것은 상한 생선의 균들이 생선에 풍부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히스티딘을 히스타민 분자로 바꿔 문제가 생긴다. 히스타민이 몸 안에 들어오면 면역 반응이 일어나 몸은 붓고 가렵게 된다.

복어의 독은 해독제가 없다. 미나리 식초는 맛을 좋게 하기 위해 넣는 것이지 해독작용이 있어 넣는 건 아니다. 복어요리는 반드시 자격증을 가진 요리사가 손질한 것만 먹어야 한다.

옻닭을 먹고 심한 가려움이 있다면 망고 껍질도 피해야 한다. 망고 껍질에도 옻 성분인 우루시올이 있다. 망고 과육이 아깝더라도 과감하게 껍질을 두껍게 벗겨 내고 먹어야 한다. 비닐 장갑을 끼고 깎는 것도 좋겠다.

◆많이 먹어서, 안 먹어서 만드는 병 = 단백질이 풍부한 우유를 마셨다면 다른 단백질은 조금 적게 섭취하는 게 현명하다. 우유의 카세인도 분해해야 하고 추가로 먹은 고기나 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도 분해해야 하는데 분해 효소가 한정돼 있어 소화 불량에 걸리게 된다.

비타민D는 햇볕을 쬐며 걷는 것과 야외 활동을 하면 저절로 몸에서 만들어진다. 버섯 소간 연어 등에서 쉽게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권장량을 넘어 비타민D를 섭취하게 되면 지용성이라 몸 속에 쌓이게 된다. 너무 많이 쌓이면 불면증, 변비, 설사, 부진, 탈수, 구토, 피로, 조직의 석회화 등이 진행된다.

소화가 잘 안되는 사람들은 키위, 파인애플, 파파야, 망고, 바나나, 아보카도, 생강, 마늘, 꿀, 김치, 간장, 된장 등 소화효소가 든 음식을 같이 먹으면 좋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장에서는 나쁜 균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장내 세균 분포가 바뀌어 세균불균형 현상이 일어난다. 장에 가스, 염증 등으로 설사가 나게 된다.

바싹 마른 오징어를 구워서 맥주와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대부분 마른 음식은 수분을 빨리 흡수하지 않고, 음식을 넘기기 위해 마신 물이나 음료는 소화 효소가 음식을 분해하는 것을 방해한다.

임신을 준비한다면 엽산을 섭취해야 한다. 뇌와 척수의 발달에 필수적인 요소다. 브로콜리, 케일, 배추, 시금치 등 푸른잎 채소에 많이 있다.

◆약의 효과를 죽이는 주스, 차, 술 = 비타민과 미네랄 등 몸에 좋은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자몽주스가 몸에 해로울 수 있을까? 만약 약을 자몽주스와 같이 먹는다면 ‘약이 너무 세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계열약, 고혈압약, 항불안제, 스테로이드계약, 부정맥을 치료하는 약 등 우리 건강과 생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약들이 자몽주스와 같이 먹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알레그라 같은 알레르기 약의 경우 자몽주스 뿐만 아니라 오렌지-사과 주스와 함께 마셔도 약효가 떨어진다.

옥수수수염차에는 비타민K가 풍부하다. 비타민K는 혈액 응고를 돕는다.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거나 혈액 흐름이 원만하지 않은 경우 옥수수수염차는 조심하는 것이 좋다.

커피와 비타민C를 같이 먹지 말라는 이유가 있다. 비타민C는 물에 아주 녹는데 커피의 카페인이 이뇨작용이 더 해져 비타민C가 몸 밖으로 더 빠져 나가게 된다. 같이 먹으면 비타민C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항우울제를 먹었는데 편두통이 심하면 치즈, 페퍼로니, 살라미, 볼로냐 소시지, 베이컨, 훈제 연어, 김치, 절인 오이, 절인 고추, 청국장, 낫토 등을 같이 먹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들 음식의 티라민 분자가 많다. 항우울제와 같이 먹으면 몸에 티라민이 많이 쌓이게 되고 그 결과 혈관이 많이 좁아져 편두통이 생기게 된다.

철분 보충제와 같이 먹으면 안되는 것들이 있다. 제산제와 같이 먹으면 그냥 몸 밖으로 나가버린다. 칼슘보충제도 마찬가지다. 밥(채소, 과일 등)과 같이 먹으면 같이 빠져 나간다. 커피, 차, 와인도 같이 먹으면 안된다. 그냥 공복에 물과 같이 먹으면 된다.

알코올 술은 진통제 타이레놀, 당뇨 치료를 위한 인슐린과 겹치면 안된다. 타이레놀과 겹치면 간세포가 타격을 받게 된다. 인슐린과 겹치면 저혈당을 야기하게 된다. 진정제나 각성제와 같은 사람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영향을 끼치는 약들과 알코올의 조합은 정말 최악이다. 심신미약의 상태로 만들어 버리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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