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한빛·고리·새울원전에 ‘짝퉁 베어링’ 납품
납품사 8곳, 3개 경찰청서 수사 중
경북 울진 한울원자력발전소에 처음 발견된 비순정 베어링 제품이 전남 영광 한빛원전, 부산 고리원전, 울산 새울원전에도 대량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3개 경찰청이 비순정 베어링을 납품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5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올해 초 한울원전에서 처음 발견된 비순정 베어링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베어링은 길게는 6개월가량 실제 설치돼 있다가 지난달 27일 전량 정품으로 교체됐다.
베어링은 전동기를 지지하고, 마찰에 의한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장비다. 소모성 자재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특히 원자로가 꺼진 후에도 최소한의 원전 운영을 위해 교체가 필요하다.
고리본부의 경우 비순정품이 고리 1·2호기에 실제로 설치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2호기는 원자로가 꺼진 상태지만 재가동을 위한 유지 설비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1호기에는 지난해 8월 20일 ‘디젤구동소방펌프’에 비순정 베어링 2개가 지난해 8월 설치됐다. 2호기에는‘주 제어실 공기 조절 팬 전동기’에 지난해 8월 23일 비순정품 2개가 설치됐다. 2호기에는 같은 해 10월 ‘보조 건물 배출 팬 전동기’에 1개가, 12월에는 ‘기체 폐기물압축기 전동기’에 1개가 설치됐다.
고리본부는 최근 해체 승인이 난 고리1호기와 계속 운전을 추진 중인 2·3호기 그리고 가동 중인 4호기·신고리 1·2호기 등 총 6개의 원전을 관리한다.
한수원측은 “고리원전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문제가 된 원전 2기 모두 원자로가 이미 꺼진 후 비순정품이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정품 베어링은 스웨덴 기업인 SKF사가 생산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공급사 8곳이 비순정품을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비순정 베어링이 한수원의 인수검사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한수원은 인수검사에서 제작사, 모델번호, 형상, 외관 등 식별 특성을 확인하고 치수·재질 등 필수 특성을 시험하는 검사를 한다.
특히 한수원은 일반 산업 등급으로 납품받은 베어링을 자체 ‘품질검증(CGID)’을 통해 등급을 높이는 과정에서도 비순정품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한수원측이 발전소 운전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전동기 베어링 온도가 소폭 상승한 것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발견됐다. 이후 한수원측은 올 4월 국내 원전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한수원은 비순정품을 확인하고 이를 공급한 업체들을 사기 및 원전감독법 위반으로 수사해 달라고 지난 4월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수사는 각 납품업체가 있는 전남·경북·부산경찰청 등 3개 경찰청에서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비순정 베어링을 납품한 업체를 상대로 정확한 납품 경위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또 문제 재발을 막기 위해 SKF사와 정품 베어링 직거래 계약을 포함해 발주, 계약, 인수검사 등 조달 과정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급자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