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달러패권 전환의 시대 한국의 전략은

2025-07-17 13:00:02 게재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이다. 5월(0.2%)보다 상승 폭이 늘었다.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은 2.7%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반영된 결과다. 미 연준(Fed)도 이달 말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4.5%로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2.15%로 낮춘 유럽연합(EU)의 통화정책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실질금리는 2%에 가깝다. 장기금리 기준인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41%다. 유로권 국채 수익률보다 160bp 이상 높은 상태다. 국채 수익률이 높은 데도 달러는 약세다. 달러지수는 98로 유로화보다도 절하속도나 폭이 크다.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를 불안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달러 지배력도 예전만 못하다. 세계외환 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달러화 비중은 2000년 초반 70%에서 현재 58%로 감소한 상태다. 중국 등이 자국 통화 결제를 장려한 데다 중앙은행들도 미 국채 대신 금 보유를 늘린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 의장간 통화정책 갈등 달러 약세 요인

최근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린 첫번째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 의장 간 통화정책 갈등이다. 고용 극대화와 물가안정 임무를 부여받은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상실이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셈이다. 다음 요인은 달러자산의 수익률 하락이다. 올해 S&P500과 나스닥 다우지수 상승률은 글로벌 주요시장보다도 낮다. 글로벌 자본이 달러자산 투자를 줄인 영향이다.

미 재무부의 국제자본 흐름표(TIC)를 봐도 4월 기준 순 유출액이 142억달러다. 늘어난 재정적자도 달러자산 매력도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미 의회 예산처(CBO) 추산을 보면 ‘빅 뷰티플’ 법안 통과로 인해 향후 10년간 늘어날 재정적자만 2조8000억달러다.

관세정책 발 성장률 하락과 인플레이션 우려도 달러자산 투자를 꺼리게 만든 요인이다.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보다 0.5% 감소했다. 연준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도 1.4%로 잠재성장률 1.8%보다 낮다. 한마디로 달러패권을 유지하려면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확 줄여야 하는 처지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만든 게 관세전쟁과 달러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GENIUS) 법이다. 전세계가 경제와 무역 그리고 금융 시스템에 몰고 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상호관세를 부과한 이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감소세다. 미 경제분석국(BEA) 통계를 보면 4월 상품무역 적자는 874억달러다. 1분기 월 평균치의 56.3% 수준이다. 서비스 무역적자도 616억달러로 3월의 1383억달러보다 55.5%나 줄었다. 무역적자로 유출된 달러는 무역상대국을 통해 미 달러자산에 재투자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달러자산은 미국 채권과 기타 상품이다. 미 재무부 자료를 보면 3월 기준 글로벌국가의 미국 채권 보유액은 9조500억달러다. 이중 각국 정부 보유 비율은 43.3%로 하락했다. 나머지는 기관 등 기타 투자자 보유분이다. 미국의 대외투자자산은 지난해 기준 마이너스 26조2000억달러다. 달러의 글로벌 순환구조를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 의회가 이번주 내내 가상자산 관련 법안 심의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테이블 코인의 정의와 규제 범위를 분명히 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편입시키겠다는 의도다. 일단 하원은 스테이블 코인법을 부결처리 했지만 일부 절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스테이블 코인 법이 통과되면 두 가지 결과를 초래할 게 분명하다. 하나는 미국 채권 투자에 나타날 커다란 변화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법은 해외 기업의 미국 내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다른 나라 통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의 미국 내 사용을 막으면 글로벌 금융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다만 미 국채를 본토 기업이나 가계만 보유하면 글로벌 순환이 어려워지는 단점도 있다.

두번째 변화는 스테이블코인 공급이 미 국채 수요를 늘려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준비 자산에 미 국채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새로운 재정 융자 수단을 가지게 되는 셈이고 강력한 달러패권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글로벌 달러 수급 시스템 재편 시도에 한국도 대응전략 마련해야

지난해 수출입에서 달러화 결제 비중이 80% 이상인 한국으로서도 대비가 필요하다. 600억달러 규모인 원화 결제마저 스테이블코인에 뺏길 수 있어서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거래 비용이나 편의성 면에서 매우 강력한 결제수단이다. 트럼프행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글로벌 달러 수급 시스템 재편 시도에 한국도 대응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