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인사 ‘내부와 전쟁’…보좌진·진보진영·친문계 반발
‘극우 20%도 껴안는’ 통합·‘일만 잘하면 되는’ 실용주의 부작용
송미령 유임·강선우 임명 강행·최동석 해명 회피 등 논란 키워
오광수·이진숙·강준욱도 진보진영 반발에 결국 ‘낙마’ 선택
“누가 추천하고 검증했나” 친명계도 ‘인사시스템 부실’ 비판
실용주의로 무장하고 통합 인사로 ‘모두의 대통령’을 시도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첫 인사가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진영의 반발에 휩싸였다. 야당 등의 반발보다는 여당 내부, 진보진영의 반대 바람이 강했다. 특히 지지층, 보좌진, 문재인계 입장에서 부적절한 인사들이 발탁되면서 내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22일 문재인정부에서 일했던 모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이 오늘날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이라고 언급한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기준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는 인사가 그 말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명을 못해내는 것을 봤다”며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지만 이러한 인사를 뽑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화가 많이 난다. 정말 치욕스럽기까지 한다”며 “지켜보겠다”고 했다. 문재인정부때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으로 일한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게 인사 혁신인가, 혐오의 확산인가”라며 “그는 정상인가. 아프다”라고 했다.
◆다시 올라온 ‘친명 대 친문’ = 이런 지적은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정부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던 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진사퇴나 임명권자의 임명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비쳐진다.
최 처장은 지난달 유튜브에서 문재인정부가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도입한 ‘고위공직자 원천배제 7대 원칙’에 대해 ‘멍청한 기준’이라며 “아직도 문재인을 칭송하는 사람이 있다. 문재인을 칭송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친문계(친문재인계) 인사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로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지난 총선 공천에서 대거 떨어지는 등 친명계(친이재명계)와 ‘악연’을 갖고 있다. 친명계 인사들은 과거 문재인정부 시절의 소외와 설움을 토로하면서 “문재인정부가 한 게 뭐냐”며 비판해 왔다. 최 처장 임명은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던 친문계와 친명계의 거리를 다시 확인하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 갑질, 보좌진 갑질, 지역구 민원 갑질 등 갑질 논란 속에 들어가 있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후보자를 임명하기 위해 대통령실은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24일까지 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실의 임명 강행 의지가 확인되면서 진보정당, 진보시민단체와 여당 내부의 보좌진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입장을 내면서 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보좌진들은 익명게시판을 통해, 알려진 강 후보자의 갑질 문제는 ‘새 발의 피’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강 후보자 임명은 보좌진의 아픔을 외면하고 의원실 갑질을 사실상 용인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비상계엄 때는 동지였지만 끝나니 쓰레기가 됐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의원-보좌진 전선이 구축되는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더 잘하느냐가 중요” = 송미령 농림부 장관 유임 역시 이재명정부 초반 맨 밑에 깔린 불만의 단초로 아직도 불씨가 살아있다. 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진영과 농민단체에서 집단적으로 ‘유임 반대’를 외쳤다.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을 ‘농망 4법’으로 치부하면서 강도 높게 반대해왔던 전력을 문제 삼았다.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는 ‘로보트태권브이를 누가 조정하는지가 중요하다. 전 정부에 있었지만 일을 잘 할 사람’이라며 막아섰다. 실용주의 인사였다.
오광수 민정수석, 이진숙 교육부 장관후보자, 강준욱 국민소통비서관 낙마 역시 지지층의 ‘역린’을 건드린 결과였다. 차명 부동산 보유와 차명 대출 논란을 일으킨 오 수석 낙마의 트리거는 검찰개혁에 적합하지 않은 ‘검찰 특수통 출신’이라는 여당 지지층의 비판이었다. 이 후보자는 ‘소녀상 설치 반대’ 전력으로 지지층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고 강 비서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정당한 행위’로 두둔한 이력과 함께 이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이죄명 지옥 보내기’에 대한 마음속 열망”을 표현하기도 한 게 걸렸다.
이같이 진보진영 내부의 반발을 일으킨 일련의 인사는 ‘원칙 없는 포용’ ‘과거 전력보다는 업무능력을 보는 실용주의’ 등의 영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강 비서관 사퇴와 관련해 “국민통합비서관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넓게 포용하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따라 보수계 인사의 추천을 거쳐 임명했다”고 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라디오인터뷰에서 강 비서관에 대해 “강준욱 비서관과 같은 이런 왜곡된 인식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전체 국민 중에 한 20%는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께서는 이 20% 국민도 포기할 수 없다고 보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선우 후보자 임명 강행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면서도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앞으로 더 잘하느냐 못하느냐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친명계 다선 의원은 “대체 누가 인사추천을 했고 누가 검증을 했느냐”면서 “대통령실 인사시스템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라서 초반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인사가 만사이고 메시지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